카드업계가 지난 2002~2003년의 카드대란 시기에 발생한 부채를 털고 본격적인 영업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업계의 제살깎기식 할인서비스와 외부에서는 각종 카드 가맹점의 수수로 인하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카드사들에 닥쳐오는 이 같은 내우외환은 자칫 힘들게 만들어놓은 흑자기조를 흔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카드업계가 지난해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서면서 벌이고 있는 서비스 경쟁은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주유 할인을 둘러싼 서비스. 카드사의 서비스 할인폭은 지난해까지 리터당 40원 안팎에 그쳤지만 올들어서는 100원을 넘어 200원 수준까지 할인폭이 확대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25일부터 SK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 상시 할인 서비스 카드를 내놓았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6월부터 SK엔크린보너스카드를 통해 주중 80원, 주말 100원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KB카드는 GS칼텍스에서도 리터당 100원 상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플래티늄카드에 대해서는 120원 상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씨카드도 6월 선보인 주력카드 ‘대~한민국카드’에 대해 리터당 120원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유적립서비스는 할인폭이나 적립액만큼 카드사가 주유업체에 같은 금액을 되돌려주는 만큼 사실상 주유 부문 수수료를 포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카드사가 손해보는 장사다. 영화할인 서비스도 가열되고 있다. 이동통신사 영화할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카드사들은 앞다퉈 영화할인 서비스 경쟁을 강화했다. 비씨카드는 플래티늄카드에 대해 월 4회 전국 140개 영화관에서 1만원 이상 구매시 4,0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영화 1편 가격이 통상 7,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명이 이용할 때 30% 가까운 할인폭이다. LG카드도 맥스무비 등 3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매시 1인당 1,500원씩 최대 3,000원을 할인하고 있다. 놀이공원 할인서비스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손해로 연결될 소지가 높다. 외환카드는 전국 주요 놀이동산 무료 입장과 에버랜드 등 주요 놀이공원 입장료나 자유이용권 5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TGIF나 시즐러 등 패밀리레스토랑 할인폭이 최대 40%에 달해 이 같은 서비스만을 골라 빼먹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출혈경쟁과 함께 카드사들이 각종 이익단체로부터 수수료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3.6%선에서 정해져 있는 카드수수료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손보협회의 한 관계자는 “손보사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3.6%로 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카드사들의 원가를 계산해 합리적으로 수수료를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와 한국유스호스텔연맹ㆍ한국주유소협회ㆍ한국학원총연합회ㆍ한국동물병원협의회는 지난해부터 1.5~3.6%에 달하는 가맹점수수료율을 1.0~2.0% 수준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도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은 민생안정을 명분으로 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요구,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에 회사별로 500억~2,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이는 부실여신 감소와 충당금 부담 완화에 따른 것”이라며 “서비스 무한경쟁이 이어지고 외부의 수수료 인하압력이 현실화되면 카드사들의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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