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을 즈음해 이날 2기 내각의 기본 얼개를 갖춤에 따라 국정운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 3명을 차관으로 승진시켜 전진 배치했고 부처 핵심 인물을 내부승진시켜 업무장악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업무를 같이 했거나 정책 코드가 맞는 인물들을 요직에 기용해 경제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차관 12명을 일거에 교체함에 따라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인사적체도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靑) 비서관 발탁ㆍ내부승진 통해 경제활성화 의지=이번 인선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최 경제부총리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깊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분이 인사의 폭과 내용을 놓고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 경제부총리와 업무, 정책 코드가 맞는 청와대 비서관과 내부 인사들이 중용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인물들을 발탁해 민생경제 회복, 경제활성화, 경제혁신3개년계획 추진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2기 내각에 한 명도 진입하지 못했지만 비서관(1급)의 경우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 문재도 산업통상비서관, 장옥주 보건복지비서관 등 3명이나 기용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과 지향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 비서관이 차관으로 가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최경환)-국무조정실장(추경호)-경제수석(안종범) 등으로 연결되는 3각 라인을 통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나 주 경제금융비서관, 방문규 예산실장이 각각 기재부 1차관과 2차관으로 승진한 것도 최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박 대통령이 최 경제부총리에게 책임장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경환 라인'이 구축되면서 견제기능이 사라질 위험성도 함께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승진 통해 인사적체 해소=2기 내각의 차관 인선은 정치인·교수 등 외부그룹을 차단하고 내부승진을 통해 업무 연속성을 높이고 인사적체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기 내각에서는 경제활성화를 포함해 핵심 국정과제를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면서 "내부인사를 발탁해 중용함으로써 이 같은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추천한 인물이 밀리고 최 경제부총리가 천거한 인물이 발탁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실장이 부실 인선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만큼 이번 차관 인선에서는 최 경제부총리가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 받았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최 경제부총리는 인사적체 문제가 심각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것이 국정공백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내부승진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인사적체 문제도 해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