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정부를 안믿는데 2~3년후 공급 늘린다는 대책이 시장에 무슨 반응을 보이겠습니까(대치동 K공인 관계자)”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확대 로드맵을 담은 11ㆍ15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은지 1주일.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과거 굵직한 대책이 나올 때 보다 더욱 무덤덤하다. 22일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책발표와 함께 강남권 일대 업소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 실시로 어수선한 것 외에는 급격한 호가 하락이나 매물 증가 등 시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중개업소들은 일단 11ㆍ15대책 발표를 계기로 추석이후 확산됐던 매수세는 잦아든 것 같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한 급매물은 그리 눈에 띄지 않고 있는데다 호가도 여전히 크게 내려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이 막바지 양도세 회피매물을 내놓긴 하지만 대부분 ‘안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어서인지 호가가 1,000만~2,000만원 정도밖에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관계자는 “매수세가 주춤한 것은 대책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값이 너무 뛰다 보니 수요자들이 집을 살 엄두를 못내거나 자칫 ‘꼭지가 아닐까’라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W공인 관계자는 “대책발표 이후에는 단 한 건의 매수문의도 없었다”면서 “잠실5단지를 통틀어 20개 정도의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가 안 붙으니 흥정이 될 리 없다”며 “매도자들도 일단은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11ㆍ15대책이 일부 대출규제 강화 외에는 공급확대 쪽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정책에 따른 심리적 위축 현상은 이전 대책보다 오히려 덜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수요자들의 단기적인 집값 전망에 정부 대책은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대책 자체가 2~3년후를 내다본 정책인 만큼 ‘효과’ 여부도 그때 가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정부 대책이 이번에도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는 잠재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데 오히려 수요자들의 주택구매 심리는 오히려 높아지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 일대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이 잇따라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거래 중심축이 기존 주택에서 신규분양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 사이에 집값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정부의 역할도 무리한 안정 대책보다는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올라간 집값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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