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와 과학자는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예술과 과학이 결합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에 주목한 젊은 작가 지호준(29)은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나노미터(nmㆍ10억분의 1m) 이미지를 이용해 초현실적 풍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배경은 계단이나 수영장 같은 일상의 공간이지만 벽과 기둥, 유리창을 따라 원시 식물이 스멀스멀 자라나온다. 예상과 달리 이 사진에는 어떤 합성이나 가공도 가해지지 않았다. 나무처럼 보이는 이것의 실체는 나노합성물이다. 상명대 사진학과 출신인 작가는 "과학과 예술의 시너지에 대한 깨달음"을 실천하고자 사진 유학준비를 접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했다 . 그는 반투명 실리콘 그리스(silicone grease)에 양자 빔을 쐈을 때 얻어지는 나노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흑백의 형상 위에 색을 입혀 일상 공간에 투사해 사진을 찍으면, 마치 벽에 수풀을 새기고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것 같은 신비로운 풍광이 완성된다. 작가는 "나노이미지를 본 순간 예술가의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인지의 한계를 자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작품 20여점은 청담동 박영덕화랑에 10~19일 전시된다. (02)544-8481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