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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입력2003-11-25 00:00:00
수정
2003.11.25 00:00:00
연말이 가까워지는 계절이다. 불황의 그림자와 치솟고 있는 청년실업률,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는 고사하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해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하는 정치권의 `직무유기` 등이 우리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오륙도`와 `사오정`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되더니 이제는 삼십대의 조기 퇴직을 비유한 `삼팔선`이 등장했다. 한편에서는 졸업을 하고도 취직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잠적으로 공장 가동을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이런 현상은 정작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취업 기피와 국내에서의 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조업체의 해외 이전이나 사업 포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당연히 대기업보다 기여도가 높다. 이는 산업의 수직계열화나 연관효과로 대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중소기업 우대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제조기업의 경영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아직도 대기업이나 서비스업을 선호하고 중소제조기업을 외면하는 채용시장의 인식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아도 중소제조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이라는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의 시기에 일터를 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좀더 눈높이를 낮춰 중소제조기업으로도 눈길을 돌려야 하고 정부는 교육제도 개선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중소제조업의 고용창출을 늘리는 실업해결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힘의 논리상 항상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산업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계속되는 납품가격 인하 압력, 자금력 및 인력난 때문에 불가피하게 소홀히 하고 있는 연구개발 투자의 저조로 대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 심화, 조직화된 대기업 노동집단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중소기업 종사 노동자들. 이 모든 것들이 더욱 대기업만 선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중소기업 역시 그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그동안 중소기업의 경영자 역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만 했지 체계화된 경영기법을 무시하고 주먹구구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온 측면이 있다. 그동안 계속 고속성장을 해온 결과 호황기만 오면 어려움이 만회됐고 부동산값 인상으로 실패한 경영성과는 적당히 은폐돼왔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성장이 완만한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또 시장의 트렌드가 자주 바뀌어 큰 것도 순식간에 약해질 수 있고 작은 것도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런 변화된 경영환경을 중소기업의 경영자 역시 또 다른 기회로 인식,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에 좀더 신경을 쓰면서 소속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정신을 갖는다면 좋은 인재들이 점차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그 기업은 소속원들의 삶이 달려 있고 금융기관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주시의 대상이 되는 공익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중소기업 경영자도 공인의 입장에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상장기업이거나 등록기업이라면 투명경영의 원칙을 지켜야만 투자자가 호감을 갖고 그 기업에 투자할 것이다. 시장 참가자인 투자자 역시 전문가 수준으로 투자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제는 세제 및 금융지원 등 기존의 지원책에서 발상을 전환해 복잡한 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무료로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경영교육기관을 운영하거나 대졸 실업자 채용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인적자원 업그레이드를 꾀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공무원들이 자국 내 고용창출을 꾀하고자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오히려 과도한 행정규제와 비기업적인 사회 분위기로 제조업의 한국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 향후 제조업의 감소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서비스업 역시 내수부진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숲에 나무나 풀이 없다면 동물들이 살지 못하는 황폐한 산이 되듯이 제조업이 없는 나라에서 어찌 서비스업이나 기타 산업이 부흥할 수 있겠는가. 중소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고 산업기반을 구축해야만 관련 대기업 역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도 차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와 사회인식의 변화를 기대한다.
<박환우 성호전자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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