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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악극-신파극 '한국식 무지컬'로 컸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오른 MBC의 신파극 「아버님전상서」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SBS의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이 공연예술에서 거의 소외되다시피했던 노년층의 발길을 단단히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현재 두 극장에서 악극을 보고 가는 관객은 하루에 1만여명, 객석 점유율도 90%를 웃돈다. 특히 낮공연의 열기는 더 높아 뒷좌석 몇자리만 빼고 객석이 가득 차는 성황을 이룬다. 지난 93년 SBS의 「번지없는 주막」으로 부활된 악극이 이제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악극이라는 공연양식은 △극의 전개가 매우 단순하고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으로 끝나고 △기존의 대중가요(뽕짝)을 음악으로 사용하는 등 브로드웨이식 뮤지컬과는 다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악극을 「서양식 뮤지컬」과 구별해 「한국식 뮤지컬」로 부를수도 있겠다. 이와 같이 악극이 「한국식 뮤지컬」로 뿌리를 내리게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이다. 연극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즐길수 있다는 점이 그동안 연극을 볼 일이 거의 없었던 중장년층과 노년층 관객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돌려놓았다. 이에 대해 「아버님전상서」의 연출을 맡은 문석봉씨는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 일색이었던 기존의 연극판은 순전히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며 『이젠 우리 연극도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공연예술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극성을 극대화시킨 것도 악극의 「한국화(化)」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악극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한국식 뮤지컬」은 기존에 우리나라 무대를 주름잡아 왔던 「서양식 뮤지컬」과 다르다. 관객들은 악극을 보면서 실컷 울고 나온다. 「아버님전상서」에서 변사 역할을 하는 연극배우 최종원씨가 무대에서 『손수건은 필수 휴지는 선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유독 한(恨)이 많다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깊이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다음으로 악극이 연초 고정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93년 악극이 부활된 이후 SBS는 이번이 여덟번째, MBC는 세번째, 모두 1~2월에 공연일정을 잡아 두 작품이 동시에 펼쳐졌다. 이것이 악극의 「바람」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악극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자식들이 연로하신 부모를 위해 악극 입장권을 「효도선물」로 준비하는 것이 새로운 풍속이 됐을 정도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노인들을 모시고 나온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여기에 MBC와 SBS 두 방송사의 자금력과 홍보력도 한몫 거들었다. 제작비가 10억 가까이 드는 대형 뮤지컬을 만들고 흥행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자금력과 매체로서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두 방송사가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악극을 좋아하는 노년층 관객들은 두 방송사가 무대에 올리는 「한국식 뮤지컬」을 해마다 겨울이면 애타게 기다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공연인가 하는 점이다. 악극이 「한국식 뮤지컬」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는데는 아직 몇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든가 관객층을 보다 넓혀가야 한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보다 절실한 것은 악극 공연의 시간적·공간적 확장이다. 현재 겨울에 국한되고 있는 공연이 「효도선물」이라는 특유의 장점을 살려 5월 「어버이 날」기간 등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악극 애호가들이 지금같이 차려놓은 잔치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공연장을 찾을수 있게 돼야 명실공히 「한국적 뮤지컬」로 부를수 있을 것이다. 공연장의 확보도 중요하다. 공연장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공연 시기에 제약을 준다는 점에서 공연장의 확보는 악극의 성장에 있어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비내리는 고모령」을 제작하고 주인공 역을 맡은 극단 가교의 최주봉 대표는 『악극인으로서 최대의 소망은 악극 전용극장을 건립하는 것』이라며 공연장 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버님전상서= 2월 6일까지, 평일 오후4시·7시, 일·설날연휴 오후2시·6시, (02)368-1515 ▲비내리는 고모령= 2월 6일까지, 평일 오후4시·7시30분, 토·일·설날연휴 오후3시·6시30분, (02)369-2913 문성진기자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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