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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최대 번화가인 볼레 거리. 이제 막 새로 지어진 듯한 특급호텔과 오피스빌딩 사이로 공사용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쉼없이 오가고 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도로 포장과 도심지 관통 지하도로를 뚫는 공사가 한창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말끔한 아스팔트로 단장하는 공사 현장에서는 온종일 육중한 기계음이 났고 현지인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희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한데 뒤엉켜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자재를 나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근의 카산치스 거리에서도 하늘 높이 솟은 대형 크레인들이 고층건물을 올리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이 세계 최대의 빈민촌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아디스아바바는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사 현장을 연상케 할 만큼 하루가 다르게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아프리카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빈곤과 기아ㆍ내전으로 대표되던 아프리카가 이제 풍부한 천연자원과 거대한 소비시장 등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 이를 입증하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1년부터 향후 5년간 급성장할 세계 10개국 가운데 7개를 아프리카로 지목했다.
최종현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앞다퉈 경제성장에 매달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앞으로 10~20년 뒤의 먹거리는 아프리카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아프리카의 화려한 변신은 무엇보다 젊은 인력과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프리카의 인구구조는 다른 신흥경제권에 비해 젊은 층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 2010년 기준 24세 미만 인구 비중은 60.1%로 인도(49.4%)와 중국(35.8%)을 압도한다. 아프리카의 노동인구 역시 오는 2029년 중국에 이어 2036년에는 인도까지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매장량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천연자원도 아프리카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다. 아프리카는 2010년 기준 세계 원유 매장량의 9.5%, 세계 가스 매장량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원유 매장량은 10년 전에 비해 1.4배나 늘어나며 같은 기간 중앙아시아(1.1배)와 중동(1.0배)의 증가속도를 능가한다. 아직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원유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 생산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2010년 12%에서 2020년 25%로 두 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아프리카는 전세계 매장량의 95%에 달하는 백금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과 코발트ㆍ크롬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돼 있다. 또 전세계 가용 농경지의 60%에 해당하는 광활한 미개발 토지 역시 아프리카의 숨겨진 보석이다.
박중석 포스코아프리카 법인장은 "현재 아프리카에는 철광석 700억톤, 석탄 700억톤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탐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곳이 워낙 많아 앞으로 탐사하면 할수록 실제 매장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한 가치의 거대한 소비시장=아프리카는 이제 '자원의 보고'를 넘어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산층은 지난 30년간 3배나 증가해 3억1,300만명에 달한 반면 빈곤층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도시인구의 증가는 생활가전과 자동차 등 소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아프리카 경제의 심장부인 남아공의 경우 가전매장에서 판매되는 TV 가운데 LCD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70%대에서 지난해 90%로 껑충 뛰어올랐다. 휴대폰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직 대다수 현지인들은 노키아의 구형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비즈니스맨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삼성의 최신형 갤럭시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었다. 삼성전자 서부아프리카법인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최근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라며 "잠재적 소비자인 젊은 인구가 많은데다 수년 내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될 경우 더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 라고스 시내의 현대자동차 매장에서도 현지인들의 왕성한 구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때는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매장 안은 구매문의를 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해 자동차가 매우 중요한 운송수단"이라며 "최근 경제성장과 맞물려 수입산 신형 자동차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9월 아프리카에 수출한 국산 자동차 대수가 처음으로 아시아 수출물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GDP 절반을 인프라 개발에 쏟아붓는 검은 대륙=각종 대형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아프리카는 국내 기업들에 '제2의 중동신화'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하는 예산을 인프라 개발에 투자했다. 에티오피아는 현재 2,000㎿ 규모에 불과한 전력 생산량을 2015년 1만㎿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데무 테클레 에티오피아 에너지부 차관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력ㆍ교통ㆍ통신 등 국가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라며 "특히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고자 전력설비에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도 전력 인프라 개발에 대대적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1억6,000만명의 인구대국이지만 실제 가용한 발전설비 용량은 5,000㎿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현재 화력ㆍ원자력ㆍ풍력 등의 발전소 건립 계획과 더불어 국영전력회사의 민영화를 통한 해외자본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김종섭 대우인터내셔널 나이지리아 라고스지사장은 "국내 건설시장 침체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쏟아지는 아프리카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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