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가 이례적으로 젊은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돼 회장과 사장직을 겸임해온 하워드 스트링어 사장은 회장 겸 CEO로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소니는 이르면 오는 2월 이사회를 열어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ㆍ51ㆍ사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확정 지을 방침이다. 히라이 부사장은 4월께 사장으로 취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TV사업 재건과 인터넷서비스를 비롯한 신성장동력사업 등 회사의 명운이 달린 사업 분야를 총괄하며 위기의 소니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 측은 "현재 결정된 바가 없다"며 사장 교체 및 히라이 부사장 내정설을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한때 일본을 대표하던 소니가 4년 연속 적자라는 경영난에 빠진 것과 관련해 스트링어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위기돌파를 위한 인사 카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링어 회장은 지난 2005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소니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특히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사장직까지 겸임하며 회사를 이끌었지만 소니는 그 후로 연일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차기 사장 내정자로 알려진 히라이 부사장은 그동안 게임과 음악 등 주로 소프트웨어사업을 담당하며 소니의 게임사업을 5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부사장으로 발탁된 뒤로는 만성적자에 빠진 TV사업 구조조정을 맡아왔다. 지난해 말 발표된 삼성전자와의 LCD패널 합작 철회 결정을 내린 것도 그였다.
특히 히라이 부사장은 현재 51세로 사장 교체가 이뤄질 경우 소니의 공동 창업주인 이부카 마사루, 모리타 아키오를 제외하면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례적으로 젊은 사장을 발탁한 배경에는 실적부진과 인재유출이라는 악순환 속에 내리막을 걷고 있는 소니에 젊은 사장을 통한 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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