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슈 인사이드] 소비자 권익 앞세우지만… 藥 주도권 잡기 밥그릇 싸움 지적

■ 피임약 재분류안 싸고 의약갈등 심화<br>사전 피임약 전문약 전환에 약사회 "안전성 이미 검증" 반발<br>사후 피임약 일반약 추진엔 의사회 "오남용·부작용 우려"<br>종교계·시민단체도 강력 반대 내달말 최종확정까지 진통 클 듯

(사진 위) 7일 낙태반대운동회원들이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식약청이 사후 피임약과 사전피임약을 각각 일반약, 전문약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의약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경제DB


"사전피임약은 지난 50여 년간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이다. 전문약으로 전환될 경우 구입 비용이 크게 증가돼 환자부담이 커질 것이다." (대한약사회)

"사후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정상적인 피임 없이 필요할 때 오남용하게 돼 예기치 않은 부작용 및 합병증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 재분류안을 내놓은 이후 의료계가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식약청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음으로 6,879품목 의약품의 분류 체계를 재분류해 발표했다. 이 중 1.3%에 해당하는 526개의 의약품이 기존과 다른 분류로 재편됐다.

그 중 논란의 핵심에 피임약이 있다. 약사들은 사전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해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한 것을, 의사들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도록 한 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전 피임약 의사처방 받아야=피임약은 평상시 복용하는 사전피임약과 성관계직후 복용하는 사후피임약 등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일반약이었던 사전 피임약은 전문약으로 전문약이었던 사후 피임약은 일반약으로 바꾸려는 것이 식약청의 재분류안이다. 식약청은 공청회 등을 통해 다음달까지 재분류 안을 확정한 후 내년 초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전피임약이 국내에 처음 들어올 당시에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약 구입편의를 위해 일반약으로 분류했으나 최근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전환하게 됐다는 게 식약청 설명이다.

국내에는 멜리안정, 미뉴렐정, 마이보라, 머시론정, 에이리스정, 아스메이트20, 트리퀼라, 쎄스콘정, 미니보라30, 야즈정, 야스민정 등 11품목의 사전 피임약이 있는데 이 중 최근 허가를 받은 야즈정과 야스민정은 처음부터 아예 전문약으로 분류됐다.

이번 재분류안에 따라 이전에 일반약으로 허가된 나머지 9개 품목도 전문약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사전 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은 낮지만 장기간 복용해야 하고 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전문약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후 72시간 내에 먹어야 유효하고 부작용 발현 양상이 사전피임제에 비해 적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라는 점 때문에 일반약 전환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이 의약선진 8개국 중 5개국에서 연령제한 등을 두고 일반약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피임약 재분류 안에 대해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7일 식약청 발표직후 일선 약국에는 피임약에 대한 문의와 사전 피임약을 미리 사두려는 여성 손님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결혼 2년차 맞벌이 주부인 김모(28)씨는 "2~3년 뒤에 아이를 낳을 생각으로 피임약을 복용 중이다"며 "처방약으로 바뀌면 약값이 올라가고 번거로울 것 같아 몇 개월 치를 미리 구입했다"고 말했다.

여대생 최모(22)씨는 "사후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바뀌면 병원 갈 필요 없이 편하게 약국에서 구입하게 돼 효과가 좋아질 것도 같지만 오남용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의약 단체 모두 "피임약 재분류 반대"=의사단체와 약사단체는 식약청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향후 갈등을 예고했다.



의사단체는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약사단체는 사전 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응급피임약이란 정상적인 피임이 실패한 경우나 강간 등의 피치 못할 경우 사용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일반피임약의 10~15배)으로 만들어진 응급약"이라며 "출혈ㆍ오심ㆍ복통 등의 부작용 발현의 빈도가 높고, 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부정출혈을 월경으로 오해하여 임신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계와 낙태반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역시"사후피임약은 실질적인 낙태약으로 생명경시풍조와 퇴폐적인 성문화를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사단체는 사전 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은 지난 50여년간 전세계에서 사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으며 현재 시판되는 약들은 호르몬 함량을 더욱 줄인 약들로써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전문약으로 전환될 경우 의료비 부담이 현행대비 4.4배~5.3배 증가되는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일반약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또 "사전 피임약은 여성의 사생활과 관련돼 있어, 지금처럼 친밀감이 높은 지역 약국 약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 국민 편의성을 높일 수 잇다"고 덧붙였다. .

이처럼 의약단체들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장의 이면에는 약에 대한 주도권을 뺐기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약품 재분류안은 20일의 열람 기간과 10일간의 의견 제출기간, 중앙약심의 자문 등을 거쳐 이르면 7월말 확정될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의료계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확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발기 부전약 의약분업 예외 인정" 주장도 =의약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일부 의사단체들이 발기부전치료제를 병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예상된다.

비뇨기과 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들이 주축이 된 대한남성과학회의 한 임원은 "일부 정신과약물의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병원에서 직접 투약하는 것처럼 발기부전치료제도 의약분업예외품목으로 지정해 병원에서 직접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곧 학회차원에서 정식 의견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합병원을 찾는 심한 증상의 발기부전환자들 중 상당수가 처방을 받고도 약국에서 약을 받아가지 않고 있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약국에서 발기부전약을 타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 측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의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약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발기부전약이 오남용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데, 병원에서 직접 받을 수 있게 할 경우 의사, 약사의 상호 감시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의약분업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