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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ㆍ왜곡 캐리커쳐와 예술의 만남

노무현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아래턱을 내민 김영삼, 이를 드러내 놓고 웃는 노태우, 지그시 눈을 감은 전두환, 무표정한 박정희, 걱정스런 표정을 한 김대중. 한자리에 모였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각기 다른 곳에 있다. 노대통령은 노란빛이 유난이 드러나는 선글라스를 쓴 김정일과는 독대를 했지만 탐탁치 않은 모습들이다. 각종 정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 한 작가를 통해 이뤄졌다. 또다른 한 곳에는 담배를 문 소피아 로렌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이에 이주일이 인상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모습으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지난해 보통 20~30cm 얼굴을 3~5m의 대형 캔버스에 옮긴 자화상 개인전으로 주목을 받았던 극사실주의 화가 강형구씨가 전현직대통령 인물들의 `조소 캐리커처` 를 만들어 한 공간에 세웠다. 강형구씨는 “평면으로 그려지는 캐리커처는 과장과 왜곡을 통해 일상의 사진적인 정형의 모습을 깨트림으로써 사건이나 인물의 특징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풍자, 비판하는 그림으로 상상의 자유가 쉬운 반면 조소 캐리커처의 입체물에서는 평면이라는 `한면 즐기기`식의 쉬움이 아니었다. 모든 각도에서도 그 인물의 특징을 살리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덩어리로 표현된 캐리커처 입체물은 평면 그림보다 훨씬 더 해당인물의 이미지가 현실감있게 관객들에 다가간다. 대형자화상 연작 개인전으로 미술계 좋은 반향을 일으켰던 강형구씨가 이번에는 자신이 일년동안 제작한 캐리커처 작업을 선보인다. 14일부터 9월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강형구의 캐리커처로 해석된 얼굴, 얼굴, 얼굴들...`전이 그것. 인지도가 높은 국내외 인물들의 캐리커처 50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지점토를 이용한 `조소 캐리커처` 50여점은 평면적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감, 현실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조소 캐리커처에는 전현직 대통령 모습과 함께 영국 찰스 왕세자, 간디, 마오쩌둥, 덩샤오핑, 레닌, 아인슈타인, 링컨, 사담후세인, 부시, 드골, 처칠의 얼굴들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해외 유명연예인도 있다. 브루스 윌리스, 마릴린 먼로, 율브리너, 오드리 헵번, 엘비스 프레슬리. 여기에 펠레, 이천수 등의 스포츠 스타들도 빠지지 않는다. 회화 캐리커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생력. 지미 카터, 알 카포네, 빌 클린턴,아라파트, 숀 코너리 등의 생생한 눈길이 인상적이다. 강씨는 “한 시대를 꾸며나가고, 이슈를 제공했던 많은 특정인들의 얼굴을 최대한 많이 그려 한 자리에 집결 시킴으로 파생되는 `모여 있는 인간군상`을 느끼고 싶은 욕심에서 출발했고 얼굴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캐리커처가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것에서 벗어나 전시를 전제로 작가의감성이 이입된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의 변방이 아닌 순수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크기 역시 소모적 캐리커처의 용도로 제작된 크기가 아닌 1m에서 작게는 50㎝로 제작됐다. 미술평론가 김영호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강형구의 캐리커처는 대중성이라는소모적 캐리커처의 한계를 벗어나 화랑에 등장한 예술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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