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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미국인의 '한국 사랑'

3대 브루스 테일러씨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위촉

브루스 테일러씨가 서울시에 기증한 사진 중 하나인 고종황제 장례식 행렬.

4대에 걸쳐 ‘서울 사랑’을 실천해온 미국인이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6일 미국인 브루스 테일러(87)씨에게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테일러씨가 명예시민증을 받는 것은 그의 일가가 우리나라와 맺은 4대에 걸친 인연 때문이다. 할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씨는 평북 운산의 금광에서 기사로 일하다 1908년 사망해 마포 양화진의 외국인 묘지에 묻혀 있다. 3ㆍ1독립운동 당시 UPI통신 특파원이었던 아버지 앨버트 테일러씨는 일본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서의 일부를 침대 밑에 숨겼다가 3ㆍ1운동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가 독립선언서를 숨긴 곳은 바로 브루스 테일러씨가 태어난 침대 밑이었다. 앨버트 테일러씨는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며 추방된 뒤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다 1948년 타계했다. “내가 사랑하는 땅 한국, 아버지의 묘소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부인 메리 테일러씨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그의 유골을 아버지 곁에 안장했다. 또 브루스 테일러씨의 딸 제니퍼 테일러씨는 현재 테일러 일가의 서울 생활을 다룬 할머니의 자서전을 영화로 제작하고 있어 테일러 일가의 서울 사랑은 4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브루스 테일러씨는 우리나라를 떠난 지 66년 만인 지난 1월 방한해 종로구 행촌동의 생가, 양화진 외국인 묘지 등을 둘러보고 서울의 발전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그는 소장해온 1920년대 서울시청과 원구단, 고종황제 장례식 행렬, 서울시 전경 파노라마 사진 등 17점을 서울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고종황제 장례식 사진은 근접 촬영해 용머리 장식의 상여, 상여꾼 복장, 외교사절 조문행렬 등 국장(國葬)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테일러 일가 이야기는 KBS 1TV의 3ㆍ1절 특집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나라’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그가 태어난 행촌동 생가와 양화진 외국인 묘지를 공식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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