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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5월 21일] 반 박자 빠른 타이밍

우리 경제계에 때아닌 유동성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 측 집계대로 단기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돌파해 유동성이 과잉 상태인지, 그렇다면 속히 통화량 흡수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경제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유동성을 걱정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유동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건강한 미래가 유동성 대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거품경제로 이어진다. 일본경제기획청이 경제백서에서 “거품은 한 번 발생하면 자원배분을 비뚤어지게 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야기시킨다. 거품에 경제적 장점은 없으며 결점만이 존재한다”고 우려할 정도로 거품경제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촌에 공포와 충격을 던져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가 거품 경제의 무서움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유동성을 잡겠다고 섣불리 긴축에 나설 경우 실물이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수가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단적인 예다. 일본은 지난 1980년대 저금리 기조를 통해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1989년 이후 급격한 금융긴축과 부동산 규제에 나섰다. 1년 3개월 동안 2.5%던 금리를 5차례에 걸쳐 6.0%로 인상했고 1990년 3월에는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주가는 절반 아래로 폭락했고 집값은 이후 16년 연속 하락했다. 강력한 긴축에 따른 거품 붕괴로 일본경제가 10년간 장기불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격으로, 요즈음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적의 타이밍만이 살 길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경제가 어디쯤 놓여 있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그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이밍 포착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사석에서 “경기가 호전됐다는 지표를 확인하는 데만 적어도 3개월은 걸리고, 경제 주체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도 두세달은 걸린다”며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기에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자칫 정책의 실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2005년 부동산 값이 급등할 때 금리를 올리고자 했지만 이 같은 이유로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 뒷북대응이라는 비난에 처한 적이 있었다.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 당국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한박자는 어렵더라도 반박자 빠른 타이밍의 예술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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