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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제 변수도 태극 여궁사들의 금빛 본능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28일 인천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점수 6대0(54대50 56대55 58대52)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 우승에 이어 여자 단체전 5연패를 달성했다. 1세트에 중국이 7점 2발을 쏘는 실수에 편승해 54대50으로 승리, 승점 2를 먼저 따낸 한국은 2세트에도 장혜진(LH), 이특영(광주광역시청), 정다소미(현대백화점)가 한 발씩 10점 과녁을 뚫어 세트 점수 4대0으로 앞서며 금메달을 예약했다.
정다소미는 개인전에서 장혜진과 결승을 벌여 세트 점수 7대1(30대28 29대29 29대28 30대28)로 승리, 여자 양궁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는 세트별로 승점(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매기는 제도가 도입돼 변수로 꼽혀왔다. 궁사 3명의 화살 점수(4엔드 24발 만점 240)를 더하는 그동안의 방식보다 이변의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여자 대표팀은 리커브 개인·단체전과 컴파운드 개인·단체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며 최강 지위를 재확인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아시안게임 5연패 뒤에는 맏언니 주현정(현대모비스)의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다. 단체전 대표는 모두 3명. 주현정은 애초 3명에 포함돼 있었지만 오른쪽 어깨 통증을 이유로 지난 25일 단체전 본선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체 선발전을 겸한 예선라운드에서는 투혼을 발휘하며 본선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주장인 그는 숙소에 동생들을 불러모아 포기 결단을 알렸다. 화살 한 발이 0점으로 빗나가는 등 통증에 따른 난조가 심상치 않자 대표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다. 협회는 이를 받아들였고 주현정 대신 이특영을 올렸다. 주현정은 "수천 발의 화살을 쏴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로서 출전 욕심이 없을 수 없었지만 동료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주현정 언니의 몫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 반드시 보답하겠다"던 이특영은 각오대로 장혜진·정다소미와 힘을 모아 한국 여자 양궁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특영은 금메달 확정 뒤 "언니가 뛰지 않았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특영은 특히 슬럼프에 시달리다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챙겨 감회가 남달랐다. 관중석에서 동생들을 응원한 주현정은 "이불 속에서 금메달을 꺼내 선수들에게 선물로 안기는 꿈을 꿨다"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아시안게임 9연패에 실패한 리커브 남자 대표팀(이승윤·오진혁·구본찬)은 이날 단체 3·4위전에서 일본을 세트 점수 5대3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현대제철)은 단체전 동메달의 아쉬움을 개인전 금메달로 씻었다. 중국의 용지웨이를 세트 점수 6대4로 눌렀다. 27일 끝난 컴파운드에서는 최보민(30·청주시청)이 개인·단체전을 휩쓸었고 남자부는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석지현(24·현대모비스)은 여자 개인 은메달. 최보민과 석지현은 지난해 10월 터키 세계선수권 경기 중 의식을 잃고 뇌출혈로 숨진 고 신현종 감독에게 메달을 바쳤다. 최보민은 "지금 같이 계시지는 못하지만 감독님은 언제나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최보민은 최은영이라는 이름으로 리커브 국가대표를 지내다 오른쪽 어깨에 입은 심한 부상을 계기로 컴파운드로 전향했다. 컴파운드는 리커브와 달리 시위를 당겨 힘으로 버티고 있지 않고 당긴 뒤 일정 부분을 고정해 격발 스위치를 누르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 양궁은 8개 전 종목 석권에는 실패했지만 금 5, 은 2,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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