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부터 부처가 새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존 사업을 줄이는 등으로 재원대책을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한다.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을 위해 6,000여개 재정사업 가운데 10%를 줄이고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도 축소한다.
정부는 1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할 일은 하는 예산 △재정원칙에 충실한 예산 △수요자 중심의 예산 등 3대 원칙하에 편성한다.
정부는 우선 페이고를 적용해 각 부처가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 세입증대 방안을 내놓도록 했다. 증대 방안이 없다면 기존 지출한도 내에서 추진해야 하며 만약 지출한도 초과 예산 요구시 부처에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부처별 신규사업에 의한 재정부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계속사업은 국정과제 위주로 재편하고 6,000여개의 재정사업 중 10%를 3년간 순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도 세출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부처별로 각각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나 중소기업·농촌 지원, 연구개발(R&D) 등 유사·중복 사업이 1차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쓸 돈은 쓰겠다는 입장이다. 경제혁신과 도약, 국민 삶의 질 향상,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기업 수출역량을 강화하고 청년 선 취업 촉진과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지원이 주요 예산 투입 항목이다. 또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로 융·복합의 창조경제를 구체화하고 입시·취업·보육·주거·노후 등 세대별 5대 불안 해소, 맞춤형 국가장학금 확대, 농·어업 경쟁력 확보, 북핵 위협 대비 '킬 체인(kill chain)' 구축, 북한 이탈주민 정착 지원 등에도 과감하게 돈을 쓸 예정이다. 내년도 기금운용도 관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우선순위를 국정과제 중심으로 전환한다.
강도 높은 예산 구조조정은 경기 회복세임에도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세출 요소들은 오히려 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연금수급자가 급증하면서 4대 연금 증의 의무지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지방의 재정 지원 요구도 꾸준히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세입여건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세출여건은 국정과제와 경제혁신3개년계획 등 지출수요가 본격화돼 강도 높은 예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예산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하고 6월13일까지 예산요구서를 받아 부처 협의와 국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예산안을 편성해 9월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내년 예산편성 일정은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라 예년보다 10일 정도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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