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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타계] 버려진 섬나라서 초일류 일궈…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기적'

외자규제 풀고 법인세 대폭 낮춰

독자생존 가능성 희박했던 나라를 亞 최고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

"경제발전 위해 정치희생 불가피"

'아시아적 가치' 주창 31년 독재 민주주의 후퇴 어두운 그림자도


"수에즈 운하 동쪽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갈린다. 마실 물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던 가난한 섬나라를 초일류 국가로 탈바꿈시킨 리더십은 리 전 총리를 '20세기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놨다. 반면 31년간의 독재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주의 후퇴 논란 등은 그의 발자취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다.

◇ '광둥 하카'에서 '건국의 아버지'로=리 전 총리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4세대 중국계 싱가포르인", 즉 광둥 하카(중국 대륙을 떠나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로 묘사했다. 1923년 9월16일 화교 이민자 출신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공황으로 가세가 기울자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고무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리 전 총리는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 자격을 땄고 1950년 싱가포르로 돌아와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조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다. 1954년 노조 등 좌익세력을 규합해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고 5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며 불과 35세의 나이에 영국 연방 싱가포르 자치정부의 총리 자리에 오른다. 이후에는 노선을 바꿔 공산주의자들을 대거 투옥·추방하고 화교 자본가들을 설득해 자유경제 체제를 주요 통치이념으로 내세웠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3년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독자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원부국인 말레이시아 연방에 가입한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이념 차이 및 인종 갈등 등으로 말레이시아로부터 쫓겨나면서 1965년 '원치 않았던' 독립국가 싱가포르의 국부, 건국의 아버지가 된다.

◇ '존재할 수 없는 나라'를 '아시아의 호랑이'로=당시 싱가포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리 전 총리는 회고록 등을 통해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 "몸통 없이 심장만 물려받았던 나라"라고 표현했다. 식량은커녕 식수조차 자국 내에서 구할 수 없고 땅 크기가 서울의 1.1배에 불과한 세계 최빈곤국 초대 총리의 유일한 목표는 '국가의 생존'이었다.



리 전 총리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동남아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장점을 적극 활용, 서비스 산업의 국제화를 통해 싱가포르를 동남아 최고의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고 법인세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버려졌던 섬나라 싱가포르는 기적이라 불릴 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한다. 리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1990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750달러로, 독립 당시(약 400달러)에 비해 30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113억달러로 세계 8위다.

◇ '아시아적 가치' 내세우며 민주주의 희생=싱가포르에서 리 전 총리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리 전 총리 자리를 넘겨받았던 고촉통 전 총리나 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셰룽 현 총리의 국정기조는 모두 '리콴유 모델'에 기반해 있다. 리 전 총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을 주창했다. 그는 노조를 탄압하는 등 인권침해 및 민주주의 후퇴 논란을 야기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유모(乳母) 국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가 시민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간섭하는 식의 전체주의적 운영 시스템, 31년간의 독재 및 이후 사실상의 수렴청정을 통한 권력유지 및 세습 등도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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