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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시카우 오늘과 내일] 2-1. 쌓여가는 적자 ‘벌써 3년째’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단일품목 무역적자 13억6,700만달러.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의 올해 `무역계산서`다. 해외시장에 내다 판 규모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쓰는 규모가 훨씬 많다. 같은 기간동안 우리나라의 누적 무역적자액은 1억9,800만달러. 반도체 단일품목 적자액이 전체 무역적자의 7배에 달했다. `수출효자` 반도체가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힐 정도다. 믿기 어렵겠지만 반도체의 무역적자는 올해뿐 아니라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는 8억4,500만달러, 이 보다 1년전인 지난 2001년엔 12억8,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만 따진다면 `반도체=수출주력품`이란 이름이 어색할 정도다. 최근의 반도체 무역역조는 세계 정보통신(IT)시장의 장기 침체로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의 변동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힘든 구조란 점도 무역역조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시장 가격만 바라본다=산업자원부 한 관료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중심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무역적자 기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국의 반도체는 마치 마른 하늘에서 비오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같은 모습”이라며 “세계적인 IT경기 침체가 해결돼 반도체 시장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자생적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D램의 비트단위 수출물량은 2000년 73%, 2001년 60%, 2002년 49%씩 늘어났지만 비트 당 가격이 2000년 19%, 2001년 76%, 2002년 8%씩 떨어져 수출효과를 반감시켰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IT경기 침체의 골이 깊고,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심각한 현상황에서 D램값의 급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무역적자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강인한 상체, 부실한 하체= 정보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강국일뿐 비메모리에선 여전히 후발국”이라며 “휴대폰, 컴퓨터, 디지털가전제품 등 IT제품 수출이 늘면 늘수록 반도체 품목은 무역적자에 빠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에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비메모리에서 까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전자ㆍ전기 수출이 28.5% 늘자 반도체 수입증가율도 24.1%로 치솟았고, 2001년 전자ㆍ전기제품 수출이 21.3% 감소하자 반도체 수입도 22% 감소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전자ㆍ전기제품 수출 16.3% 증가에 반도체 수입은 34.9%나 늘어 수입유발도가 더욱 커졌다. IT산업의 발전에 따라 휴대폰ㆍ디지털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장비ㆍ부품 해외의존도 심각= 핵심 반도체 장비 및 부품의 높은 해외의존도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한국반도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장비 및 부품의 국산화율은 22%, 재료국산화는 58%에 머물렀다. 최석포 우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의 장비ㆍ부품 및 재료의 국산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도체산업의 무역적자는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장비ㆍ부품 국산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장 한계ㆍ후발국 맹추격등 중대기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지금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김창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성장 일변도를 달려온 국내 반도체업계는 현재 기로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 90년대 반도체 소자 생산업체는 매년 50%이상 성장하는 역동성을 보였고, 장비업체의 경우 한해 200~300% 성장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은 더 이상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극심한 `메모리 편식`도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범용반도체로 누구나 쉽게 기술을 베낄 수 있는 분야다. 사업이 잘된다 싶으면 앞다퉈 메모리 생산에 뛰어들어 시장은 금세 포화상태에 이르고 D램 값은 한해 몇 배의 폭으로 춤을 춘다. 최근의 D램 값 하락과 공급과잉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산업은 기본적으로 비메모리에 비해 시장지배력이 약하고 경기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최근 타이완과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의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SMIC은 최근 독일 인피니온의 D램을 수탁생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SMIC는 이번 계약을 통해 회로선폭 0.14미크론(1미크론-100만분의 1m)와 0.11미크론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파운드리 업체가 D램을 주문생산 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이번 SMIC의 결정은 고급 메모리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타이완의 D램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 역시 인피니온과 손을 잡고 맹렬하게 한국반도체를 따라붙고 있다. 난야는 인피니온과 D램 공동생산을 시작했고, 12인치 웨이퍼 합작공장을 올 하반기에 가동할 계획이다. 김성호 반도체협회 재료지원팀장은 “미국ㆍEU 등의 상계관세 공격 못지 않게 무서운 것이 후발국의 추격”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분양 육성 정부 적극지원 시급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총 1,670억달러. 이중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8분의 1 수준인 209억달러로 추정된다. 메모리는 컴퓨터와 주변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D램이나 S램 등을 말하며, 비메모리는 통신기기ㆍ디지털가전 등에 들어가는 주문형 반도체를 말한다. 제품의 성격상 IT산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반도체시장 전체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메모리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설계능력은 걸음마 수준이고, 비메모리 마케터 등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은 비메모리와 메모리 비율이 80대20이지만 한국은 20대80으로 거꾸로 가고 있는 데서 파생되는 모순은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반도체 무역적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한국 반도체산업이 떠안은 최대의 숙제이다. 김창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비메모리의 육성은 수입대체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국내 정보통신ㆍ디지털가전 등에 소요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산칩을 쓰는 업체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국산칩 개발 업체에 금융ㆍ세제혜택을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메모리 육성의 또 다른 해법은 메모리의 강점을 살린 SOC(System on a Chip)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에 강점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 SOC 개발ㆍ육성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SOC는 다양한 기능의 칩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칩 형태로 만든 메모리-비메모리 복합형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SOC를 포함한 시스템LSI 시장규모가 2001년 240억에서 2005년 4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OC는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이며 80%를 웃도는 수입물량을 대체할 수 있고 이익률도 40%가량으로 높은 편인데다 기술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승기를 잡으면 우리나라도 비메모리 육성의 결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OC분야에 매출액 대비 25%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라며 “삼성이 지닌 생산능력 및 인건비의 강점을 십분 활용, 수년 내에 세계 5위권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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