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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중 속으로'-민노 '기업 속으로'
입력2005-03-17 19:11:44
수정
2005.03.17 19:11:44
각 정당 정체성 퓨전화 경향
당의 존립이유이자 유권자들에겐 지지당 선택의 이정표가 되는 각 정당의 정체성이 ‘퓨전(Fusion)’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뚜렷한 색깔만 고집, 이념적 스펙트럼을 고집할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치권 기류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이 개혁과 성장 사이에서 실용주의란 이름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급의 이익 대변을 내걸고 17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이 최근 기업쪽에 손을 내밀고 있다. 반(反)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기업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반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스킨십 정치를 강조하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민노당, 기업과 악수=민노당은 17일 국회에서 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마련의 일환이지만 민노당이 기업인들과 공식적인 만남은 흔한 일이 아니다. 민노당은 이 자리에서 벤처자금 지원, 벤처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민노당은 또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관행이 자금난과 인력난 이상으로 벤처기업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판단,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물론 민노당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친(親)기업’으로 선회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민노당이 기업쪽에 손을 내밀면서도 그 대상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 벤처기업으로 삼은 것도 ‘약자의 편’이란 기존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동안 노동 문제에 집중해온 정책적 스펙트럼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심상정 민노당 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 경제 활성화 대책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보고 그 일환으로 고용창출과 직결되는 벤처기업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거리로 거리로…=한나라당이 대중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무처 노조원들이 일본 규탄집회를 갖는가 하면 의원들은 릴레이로 독도를 방문하기로 하는 등 대중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 소속 직원 40여명은 17일 오후1시30분께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도관련 일본규탄 집회를 열었다. 정당의 사무처 직원들이 집회 등 대외활동을 펼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독도는 우리땅”, “일본은 조어도부터 중국에 돌려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일본에 영토를 내줄 만큼 대한민국이 약하지 않다”며 “일본은 불량배 같은 역사왜곡과 침탈야욕을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종이비행기 형태로 접어 일본대사관 안으로 날리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릴레이로 독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17일 상임운영위에서 “앞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주일에 2~3명씩 독도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또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당직자회의를 독도에서 개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독도 문제가 전국민적인 관심사이지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한나라당이 발 빠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는 다소 이례적이다.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수도권 의원들도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중이다. 구 야권의 전가보도였던 거리의 정치가 한나라당에도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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