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례대표 의원은 임기 4년 이후 정치를 그만 두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요즘 비례 의원들은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듯 하다”며 “의정 활동을 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사람이 지역위원장에 선출되면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고 꼬집었다.
그러나 비례대표이면서도 지역 위원장직 신청서를 제출한 의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역위원장직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들이야 말로 20대 총선에서 전략 공천을 노리기 위해 몸을 낮추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위원장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이들이 20대 총선에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20대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면 벌써부터 불출마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며 “신청서를 제출한 의원들에게만 화살을 돌릴 게 아니라 오히려 전략공천을 바라보고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들의 꼼수를 지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받았다.
이 처럼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위원장 경쟁이 달아오른 배경으로는 40대 비례대표 의원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성을 인정 받은 비례대표 의원들의 연령대가 50대~60대이었지만 19대 들어 40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18대부터 낮아지기 시작한 비례 의원들의 연령대가 19대에서 더 낮아지면서 비례 의원들의 지역구 선점 작업이 불을 뿜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비례 의원을 지낸 후 정치를 그만 두는 사례가 많았지만 18대 비례 의원부터 지역구 출마 경향이 두드러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과거 민주당 소속 18대 비례 의원 15명중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의원은 김상희·김유정·김진애·김학재·안규백·전현희·전혜숙 의원 등 7명에 달했다. 하지만 김상희·전현희·안규백 의원을 제외한 12명이 불출마하거나 공천 경쟁에서 밀려났다. 결국 15명의 18대 비례 의원중 19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은 3명에 불과해 20%의 당선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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