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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월 16일] 가격경쟁이 남긴 것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도요타자동차의 몰락은 무엇보다 지나치게 비용절감에만 집착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의 비용절감 정신은 한때 전세계 기업과 경영학자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하지만 그 결과, 품질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가 빚어지면서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 내몰리는 딱한 결과를 초래했다. 마른 수건을 너무 짠 탓에 수건이 찢어져 버린 꼴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의 실증사례가 됐다. '싼값' 누렸지만 영세상인 피해커 지난달 초 이마트의 국내 최저가 정책으로 촉발돼 치열하게 전개됐던 대형마트 간 가격경쟁이 한달 만에 최근 잠정 소강국면으로 일단 접어들었다. 이마트가 최근 '당초 할인가 수준으로의 가격 환원' 결정을 내린 결과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된 여러 가지 파장은 유통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이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싼값'을 제대로(충분하지는 못했지만) 맛볼 수 있었던 데 긍정적 평가가 있다. 삼겹살 등 22개 품목(이마트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 최저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량부족 문제 외에도 납품업체들의 노골적 반발, 대형마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세 중소상인들의 피해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파장은 의외로 컸다. 이는 대형마트 간 경쟁이 너무 과열되면서 '고객만족 극대화'를 목표로 한 '최저가'정책이 당초 취지와 동떨어진 '10원짜리 경쟁'으로 변질된 것이 큰 요인이다. 대형마트들이 자존심을 앞세워 서로 감정적 대응을 했던 탓이다. 이번 가격경쟁의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대형마트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즉 백화점의 경우 총 매출액이 지난해 21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성장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5.7%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지만 마트는 지난 2009년 3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신장에 머물고 올해는 신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트는 백화점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몰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된 가격경쟁이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서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형 마트도 소비자도 납품업체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그렇기에 '연중 최저가'를 지향한다는 기본 슬로건에 맞는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합리적 경쟁구조를 갖춰야 한다. 가격경쟁과 함께 대형마트들에 필요한 것은 고객들을 보다 존중하고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비가격 경쟁' 역시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 만족·협력업체 존중 필요 즉 고객이 구입한 물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환불이나 환매를 해주는 정책, 정량ㆍ정품 판매, 나아가 협력ㆍ납품 업체와의 관계 향상을 위한 지속적 노력 등이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 관광객 또한 연간 600만명을 웃도는 상황에 걸맞게 매장 및 코너 안내 등에 영어 등의 적절한 외국어 표기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번 가격경쟁은 대형마트들이 스스로의 위상과 함께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여러 요소들이 충분히 반영된 정책과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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