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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산업구조·對中 수출정책 바꿔야 무역적자 해소 가능"

[창간 기획] 해외석학에 듣는다 <7·끝> 왕즈웨이 베이징대 외국경제연구센터 주임


美, 산업국제화가적자원인, 위안화 절상해도 해결 안돼
中, 내수정책 전환은 필연… 7~9년간 8~9% 성장 예상
中부동산 버블우려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망 좋아
韓·中 FTA는 자연적 추세, 亞무역장애 완화 초석될것


"위안화를 절상한다고 해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국내 산업구조와 중국에 대한 수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적자에 대한 탈출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왕즈웨이(王志偉) 베이징대 외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의 위안화 정책이 미국 등 선진국의 대중 적자를 야기하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산업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일용품 등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에 의지하는 반면 자국의 강점인 첨단기술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서 내재적으로 무역적자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왕 주임은 미국 경제력의 쇠퇴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하는 등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매우 초보적인 것에 불과할 뿐 위안화가 글로벌 주요 통화로서의 지위를 언제 획득할지 자체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업과 매장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시 하이팅취 중관춘 소재 베이징대 경제학원 교수실에서 왕 주임을 만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확대 정책을 쓰면서 경기가 호전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업률 증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더욱 문제가 복잡합니다. 유로화 사용국들은 경기도 회복시켜야 하지만 긴축재정을 실시하지 않으면 재정파탄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큰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독일•영국 등에 의해 경제성장이 지탱되고 있지만 이들 나라도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맞은 국가에 많은 자금을 지원한 탓에 함께 경제위기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로화 사용국은 모두 공동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각자 주권 국가로서 독립적인 재정정책을 운용하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관리하는 유로화 사이에서 선천적 불협화음이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경제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악화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올해와 내년은 글로벌경기가 조정국면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낙관적으로 봤을 때 2% 성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 개도국이 세계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또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견인차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대외무역 중 제조업 비중이 커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합니다. 중국은 인구대국•영토대국으로 내수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국내 수요에 의지한 성장률만 해도 7% 정도에 달할 것입니다. 대외무역을 감안할 경우 올해 9%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지난해부터 계속 대립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습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위안화 가치가 저평가돼 생긴 것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산업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구조적으로 무역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즉 일용품 같은 노동집약형 상품을 수입에 의지하면서 수입량은 느는 반면 첨단기술제품의 대중 수출은 제한하면서 대중 적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위안화가 절상된다 해도 산업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근본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 탈출구는 없으며 기존에 중국에 집중됐던 무역적자를 기타 국가로 분산시키는 효과만 발생할 것입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은 정치적인 요소가 큽니다. 미국 정부는 경기부진에 따른 실직자 급증 등으로 높아지는 국민 원성을 해결해야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외부로 화살을 돌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위안화 환율 문제 때문에 수출이 안 되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미국은 국내 산업구조, 대중 수출정책을 바꿔야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균형을 이루려면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대형설비•군수품•첨단기술제품을 중국에 적극적으로 수출해야 하지만 안보 등을 이유로 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0년대에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적 성장을 구가했는데 이는 중국의 값싼 일용품을 대량 수입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제력이 쇠퇴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나요.

▦달러화의 지위가 쇠약해지기는 하겠지만 쉽사리 글로벌 통화로서의 기능을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달러화는 적어도 10~20년간 패권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화폐는 모두의 공동이익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좀처럼 위상이 바뀌기 힘듭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 등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위안화의 국제 위상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가 위안화 국제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고 개인적으로 향후 달러화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역결제를 갖고 위안화 국제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역결제는 환리스크를 줄이는 원가절감 정도의 효과로 이해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같은 글로벌 단일통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글로벌 단일통화를 꿈꾸기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고 봅니다. 화폐가 글로벌 통화 지위를 획득하려면 적지 않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달러화는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국제화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제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글로벌 통화 위상을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1950년대에 유럽으로의 대량 달러화 지원, 한반도 전쟁, 베트남 전쟁 등 두 차례의 전쟁을 거쳐 달러화 패권 지위를 확립했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달러화와 황금의 교환을 보장했기 때문에 각국이 달러화를 원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미국이 달러화의 금본위제도를 폐기했지만 세계 각국이 달러화를 습관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경기 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버블 붕괴 우려가 여전합니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보시나요. 또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올해로 끝나면 내년에 실업률이 늘어 중국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4조위안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4조위안 경기부양책의 일부 프로젝트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이에 상응한 후속 프로젝트가 계속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9%의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초기의 일부 현상들이 버블 붕괴 우려를 자아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도시화 단계에 처해 있기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진출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은 긴 호흡으로 볼 때 전망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사회 소득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사회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경제 성장과 농촌의 도시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 농민공의 노동력 자질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편법으로 부당하게 치부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고 아직 제도와 정책에서 미비한 점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년 전부터 농업세를 폐지했고 최저임금 수준도 인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경제성장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데요.

▦내수주도형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환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미중 무역마찰 등 전반 상황으로 볼 때 사실 중국이라는 한 국가가 세계 절대부분의 제조업을 담당한다는 것은 단기적 현상에 불과하며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글로벌 위기는 외향성 경제 주도형 국가가 얼마나 외부환경에 취약한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입니다. 때문에 중국은 내수주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중국 국내적으로도 여러 가지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일부 제품의 에너지•원자재 소모가 커서 해당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오염이 심각한 기업을 정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내수 진작을 위해 국민 수입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필연적 추세입니다. 근로자 임금 인상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부 외자기업들이 베트남•캄보디아 등 기타 국가로의 이전을 시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하고 과잉생산 산업구조를 시정해야 합니다.

이 같은 경제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경기 파동이 다소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중국경제는 7~9년 정도는 8~9%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양국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한중 FTA는 양국 경제발전의 자연적 추세입니다. 양국은 최근 10여년 동안 경제협력 발전이 매우 빠릅니다. 한중 FTA는 아시아에서 무역장애를 줄이고 더 큰 범위의 자유무역 환경을 마련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한중 FTA는 중일•한일 FTA의 표본이 될 것으로 봅니다. FTA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측의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토가 비교적 작은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이론 비교분석 분야의 대가


왕즈웨이(王志偉)는

경제이론 비교분석 분야의 대가. 다양한 서방 경제이론이 중국 경제성장과 개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비교 연구해 실제 중국 경제의 주기파동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히는 성과를 냈다.

중국 경제학계에서 거시경제와 경제이론사에 탁월한 두각을 나타내며 베이징대에서 거시경제학, 서방경제학 유파, 서방경제사조 평가 등 많은 학과 과정 개설을 주도했다. 지난 1990년 중국 경제학계 최고의 상인 '쑨예팡(孫冶方) 경제과학상'을 수상했다.

▦1948년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 ▦1984년 베이징대학 경제학 석사 ▦1993년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1995년 홍콩 중문대 방문 교수 ▦1995~1996년 포드재단 고급방문학자 ▦2000년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경제연구소 연구원 ▦1997년~현재 베이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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