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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월 5일] 박근혜의 세종시

세종시 문제로 내홍에 빠진 한나라당이 얼마 전 야당으로부터 분당(分黨)하라는 야유를 받았다. 이 같은 조롱을 받은 것도 모자라 지난 2일에는 정몽준 대표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쯤에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3일에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세종시 원안은 사회주의 도시"라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색깔 공세까지 펼쳤다. 접입가경이다.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진짜 분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설마 하는 생각은 들지만 조마조마한 형국은 영락없는 치킨게임이다. 기필코 완성해야할 아버지 유업 이명박 대통령이야 서울시장 시절 모두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청계천 복원을 밀어붙인 인물이다. 작심하면 끝을 보는 추진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도 만만하지는 않아서 그런 불도저 같은 대통령의 발목을 휘어잡고 한 치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구상하던 시점에 박 전 대표가 이 정도로 강력하게 반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야당과 충청권의 반대로 차질을 빚을지언정 당내 친박계의 반대로 허우적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기야 박 전 대표조차도 자기가 세종시 수정안에 이토록 극렬히 반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는 2005년 3월2일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 때 기권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날이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혹자는 이 같은 상황을 차기를 노리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충청권의 표심을 잡아 청와대로 가겠다는 심산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세종시 이전 문제는 박 전 대표에게 단순히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카드가 아니다. 세종시는 40년 전 박 전 대표의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그려놓았던 국토균형발전계획의 일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1977년 3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단을 만들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기획단은 2년 후인 1979년, 박 전 대통령에게 종합보고서를 올릴 때까지 외국 수도를 여덟 차례나 견학할 정도로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보고서에는 행정수도 안에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위치부터 상하수도와 전기ㆍ통신케이블을 매설할 지하공동구까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울러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효과, 안보상의 이점까지 꼼꼼히 기술돼 있다. 그걸 아는 박 전 대표의 눈에 기업도시 같은 수정안이 들어올 턱이 없는 것이다. 집안 싸움 접고 국정운영 매진을 박 전 대표의 세종시는 아버지가 남긴 여생을 바쳐 기필코 완성해야 할 유업(遺業)이기 때문이다. 그런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니, 이 정도면 친이와 친박의 갈등은 루비콘강을 건넌 게 아닌가 싶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표는 차기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세종시 문제는 쉽게 사그러들 불씨가 아니라는 점도 걱정스럽다. 일자리 창출에, 남북관계 개선에, 갈 길은 먼데 해는 어느덧 중천에 걸렸다. 집안 싸움에 정신이 팔려 야당까지 손 놓고 놀게 만들고 있는 한나라당, 이제 웬만하면 정신 차리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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