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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미국 금리인상 앞두고 담담할 수 있는 이유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정책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와 고용시장 회복이 소비회복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6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던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가 불가피한 것이다.

미국은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가가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유가급락 등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일 가능성이 크며 주택과 주가 등 자산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왔고 대출 증가속도도 매우 빠르다. 금융시장도 안정된 상황이다. 대출 연체율도 꾸준히 하락해 지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출 증가를 동반하는 자산가격의 상승은 자산가격 버블 가능성을 의미하고 이는 궁극적인 물가 불안요인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용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중국 경기성장률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은 '기존에 전망했던 성장경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가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0%대 소비자물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가 하락폭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의 큰 폭 하향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이 직면한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인하했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 정책금리가 인하된다면 외국자본 유출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동안 낮은 금리로 양적완화를 통해 꾸준히 유동성을 공급했던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한국의 금리를 낮춘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직후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미국의 대형은행 파산은 미국 내 신용경색을 불러왔고 신용경색에 직면한 금융기관들이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어렵자 해외자산 매각을 시도했다.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의 해외자산 매각에 있어서 한국은 유동성이 충분하고 매도가 용이한 시장이었을 것이다. 외국인은 가격을 불문하고 한국 자산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주식·채권·외환이 모두 약세인 트리플 약세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자본 유출에 왜 그렇게 취약했던 것일까. 당시 우리나라 외채 구조에 그 답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단기외채, 즉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이 매우 많은 상황이었다. 대출수요가 계속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 조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단기외채 중 단기차입금이 많이 늘어났다. 단기외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경색은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유동성 경색을 유발했고 국내 금융기관을 달러를 조달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취약한 다섯 국가를 일컬어 '5대 취약국가(Fragile 5)'라고 한다. 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공·브라질로 이뤄진 이들 다섯 국가는 금융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수요가 높았고 은행 대출도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외채 증가도 매우 컸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종료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이 논의되자 이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큰 폭의 통화절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금융위기 직후는 물론 5대 취약국가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도 다르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수요는 부진했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대출 증가세가 미약했고 단기외채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한국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안전한 상태인 셈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결정할 수 있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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