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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0월 17일] 클래식 공연으로의 초대

가을이면 나뭇잎들이 제각기 화려하게 황금빛 옷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고 그러다가 떨어져 낙엽이 됩니다. 이런 가을이면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수백번, 수천번을 들어도 항상 아름답고 감미롭게 느껴지는 그런 클래식 음악들입니다. 일반 대중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말 자체만으로 다가가기 힘든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그냥 피해가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가요나 팝송에 비하면 클래식 음악은 접하기가 너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어릴적 음악 체험이 중요 그러면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음악은 청각의 체험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체득됩니다. 누구나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 몇 곡 정도는 일평생 동안 기억하게 됩니다. 그만큼 어렸을 때 청각을 통해 얻어진 음악의 체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저는 한 교육대학교에서 오페라 감상을 위한 강좌를 맡아 가르치면서 비전공자 학생들 중 오페라를 직접 가서 본 사람은 평균 1~2%도 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DVD이건 TV이건 간에 오페라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학생들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ㆍ중ㆍ고교 시절까지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각종 학원에 다니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이 소중한 시기에 이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순식간에 오감을 자극하는 인스턴트 문화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그 수업을 하면서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앞으로 초등교사가 되시면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런 청각 교육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들었던 기억으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찾을 수 있고, 또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자꾸 멀어져 가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조기교육이 사라져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보스턴 유학 시절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보았던 미국의 유명한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독창회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공연을 보는 동안 우리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무척 즐겁게 보았던 젊은 남학생 세명이 문뜩 떠오릅니다. 넥타이를 매고 아주 단정한 모습으로 독창회를 끝까지 즐기던 그 세명의 남학생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웠습니다.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유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조기 음악교육 없이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사실 클래식은 다가가기 힘든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대중에게 ?게 다가가는 클래식 음악공연이 많습니다. 밥이나 물처럼 몸에 좋은 음식은 초콜릿이나 콜라처럼 순식간에 사람을 자극하는 맛은 없습니다. 그러나 먹으면 멋을 수록 그 맛이 입에 맞고 몸에 좋아지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문화 즐기는 여유를 요즘의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과 달콤하고 자극적인 상업문화의 홍수 속에만 빠져 마음과 영혼이 쇠약해지고 심지어 영혼을 갉아먹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우리의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일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갓 지은 햅쌀밥과 맛있는 숭늉으로 어린 시절부터 입을 좀 길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 이 가을밤에 들으면 들을수록 아름답고, 보면 볼수록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에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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