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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랑들이 '고환율 대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명품 전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와 환율 상승으로 외국 전시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일본작가 카와시마 히데아키(川島秀明ㆍ40) 개인전과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가 기획한 영국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전시가 대표적이다. 엔화와 유로, 파운드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전시라 눈길을 끈다. 보통 해외작가는 자국 화폐단위로 작품 값을 매기기 때문에 환율상승은 국내 판매의 저해요인이 되고 이로 인해 전시를 포기하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화랑들은 "시장이 위축될수록 판매에 집착하기 보다는 좋은 전시를 적극적으로 선보여 잠재 고객과 장기적인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네오팝 대표 작가=국제갤러리에서 26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카와시마 히데아키는 일본 현대미술에 만화적 요소를 등장시키며 급부상한 '네오 팝아트'의 대표작가로 꼽힌다. 도쿄조형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로, 불교사찰에서 2년간 승려 수련 생활을 경험한 이력이 이색적이다. 그가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2001년 세계적인 작가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가 기획한 그룹전에 소개되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2005년에는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가 뉴욕에서 기획한 그룹전을 통해 주목 받았다. 몸통 없이 둥둥 떠다니는 귀신 같은 캐릭터를 직접 창조해 일본의 망가(만화)같은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 일본은 물론 서양미술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며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제작한 최근 작들을 선보인다. 일본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라 인근 고궁과 인사동 등지를 방문한 일본 관광객까지 끌어들인다면 불황인 미술시장에 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 (02)735-8449 ◇데미안 허스트를 키운 스승=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리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68)은 영국 개념미술 1세대의 대표작가다. 의자나 주전자, 신발 같은 일상적인의 사물을 단순한 선과 원색을 사용해 묘사하는 게 특징. 이번 전시에는 신작 회화 20점과 15m에 달하는 대형 벽화 1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골드스미스대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데미안 허스트를 필두로 한 yBa(Young British Artistsㆍ영국 젊은 작가군)를 키워내 영국 현대미술의 부흥을 이끈 주요 인물이다. 2001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고, 뉴욕 MoMA와 런던 테이트갤러리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런던 가고시안 갤러리, 베를린의 하스 앤 푸크스 갤러리, 동경의 모리아트뮤지엄 등에서 전시했고 올해는 서울을 시작으로 북경ㆍ베를린ㆍ이스탄불 등지로 개인전을 이어간다. 이미 세계 미술사에서 공인된 작가라 소장가치와 환금성을 보장할 수 있기에 PKM측은 자신있게 전시를 기획했다. 3월26일까지. (02)515-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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