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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지하철ㆍ버스 무질서행위 가중
입력2003-10-30 00:00:00
수정
2003.10.30 00:00:00
홍준석 기자
“아침 출근 시간에 죄송합니다. 이 상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제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서….”
직장인 홍모(34)씨는 최근 출퇴근 시간 지하철 전동차내에서 이 같은 잡상인들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전에는 가끔씩 들을까 말까 였는데 요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칠 정도에요.”홍씨는 잡상인 뿐만 아니라 구걸인, 모금 요구자도 부쩍 눈에 많이 띈다며 아무래도 경기불황 탓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심각한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수도권 및 서울시 지하철 내 무질서 행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잡상인의 경우 건전지, 장난감, 지갑, 라디오 등 1,000~3,000원 수준의 소액 상품부터 1만원 상당의 카세트까지 다양한 상품을 들고 나와 지하철 내를 점령(?) 중이며, 껌을 사라고 강요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곳곳에서 가세하는 형국이다.
구걸도 흔히 보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지체장애자, 10대 앵벌이의 적선 부탁은 물론 무료봉사자를 자처하는 자선모금 요구 행위까지 전에 비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역 구내 및 전동차 내 불법행위자 단속건수는 33만1,008건으로 지난 2001년도 18만2,293건, 2002년 27만4,164건에 비해 급증했다.
또 지하철 5~8호선 운영사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단속, 고발 조치한 잡상인, 구걸인 등 전동차 내 무질서 행위자는 9월말 현재 4,337건으로, 99년(1,686건), 2000년(1,852건)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잡상인 고발 건 수는 4,06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4,099건)에 육박했으며, 구걸인 고발 건 수는 지난해(66건) 실적을 크게 뛰어넘은 상황이다.
도시철도공사의 김일환 영업지도과장은 “늘어나는 전동차 내 무질서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00명 이상의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초범에 생계형 행위가 많아 엄격하게 처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뿐만 아니다. 시내 및 시외 버스에서도 잡상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 사당에서 수원역까지 직행버스를 운행하는 경진운수 소속 김모(45) 기사는 “경기가 나빠서인지 보육원 등 봉사자라고 밝히면서 손수건 등 물건 판매를 위해 승차를 부탁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이 같은 현상은 IMF 이후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김은정(28)씨는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버스 내 행인들을 올 들어서는 자주 마주친다”며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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