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씨티그룹·골드만삭스와 증권중개회사 ICAP는 지난 2011~2012년 발생했던 그렉시트 우려가 이달 25일 치러지는 그리스 조기총선을 앞두고 다시 부각됨에 따라 당시 마련했던 비상계획 실행을 위한 예행연습에 돌입했다.
이들 은행은 거래고객 중 그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고객들을 정밀 진단해 그들의 대출부실 위험을 가늠하는 한편 그리스 지점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일부 은행들은 그리스가 유로존 (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 이전까지 썼던 옛 드라크마화를 재도입할 경우 금융결제 시스템과 외환거래에 미칠 영향 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CAP의 데이비드 루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외환거래 시스템이 유로존 해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2011년 당시 실시했던 스트레스테스트와 유사한 테스트를 이달 초에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한 유럽계 대형은행 고위관계자는 WSJ에 "그리스의 드라크마화를 외환거래 시스템에 다시 적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리스가 그렉시트를 통해 경제난 완화에 성공한다면 이탈리아도 그리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며 "대규모 유로존 탈퇴가 일어날 경우라면 (외환거래 시스템이) 이에 대처하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렉시트 발생 가능성을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25% 이하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의 민심이 유로존 잔류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야권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도 선거운동에서 그렉시트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그리스 집권당인 신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시리자가 집권할 경우 유럽연합(EU) 등과의 재정개혁 약속을 깨고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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