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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르디우스의 매듭

술술 풀릴 줄 알았던 매듭이 막판에 꼬였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얘기다. 인수 대상을 우리은행에서 외환은행으로 급선회했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한달음에 추진한 인수자금마련 계획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한 '무리한 일정'이라는 우려도 보란 듯이 불식시키는 듯했다. 그런데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돌발 악재를 만났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론스타의 주가조작)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불거졌다. 하나금융 입장은 단순하다. 이번 판결과 외환은행 인수는 별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4개월 간 숨가쁘게 달려온 하나금융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여론과 반대논리, 대외 신인도와 국익 등에 밀려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불시에 숙제 검사를 받게 된 아이처럼 허둥대는 모습이 엿보인다. 마치 손을 댈수록 더 꼬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손에 쥔 듯하다. 금융권 한편에서는 당국의 고민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성향을 감안할때 책임에 대한 부담이 결정을 미뤄왔고 수년째 미뤄왔던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금융인들은 당국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과연 어떠한 결정이 국내 금융업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우선 순위에 두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조언은 형식논리와 일부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는 얘기로 비춰진다.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와 현실적인 득실, 대외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 주문 속에는 책임과 부담에 사로잡혀 또다시 시간에 결정을 미룬다면 딜레마에서 점점 더 빠져 나오기 어렵게 된다는 충고도 담겨 있다. 금융권은 당국의 과감한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풀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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