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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모아 다시뛰자] (3) 勞와 使는 파트너

동반자적 노사관계는 과연 불가능한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정부와 기업인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걱정거리로 `노사관계`를 뽑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경제를 온통 흔든 파업은 상당수 국민에게 수 많은 불안을 일으켰다. 화물연대, 철도, NEIS(행정정보시스템) 등과 관련한 총 파업들은 춘투(春鬪)로 시작해서 하투(夏鬪), 추투(秋鬪), 동투(冬鬪) 등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분루(憤漏)를 삼켜야 했다. 수출해야 할 물건은 항만에 선적된 채로 수일을 보내고, 가동되어야 할 기계의 전원은 꺼진 채 사업주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해고의 불안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삭발을 하며 목소리를 드높였고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툭하면 멈추는 등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중국에 쫓기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한국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도약이냐 후퇴냐. 치열해지는 국가간 전쟁 속에서 서로 뭉쳐야 할 우리 노와 사. 언제까지 서로를 물어 뜯고 반목할 것인가.`노와 사, 서로를 감싸 안는 파트너가 되자!`라는 명제는 우리가 살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구호를 외친다고, 어느 일방을 비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노사관계 개선을 가장 먼저 주창, 관심을 불러일으킨 최영기 노동연구원 박사. 그는 `노사관계의 한국형 발전모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노동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을 한국 노사관계의 취약한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며 "한국의 노사관계는 매우 분권화 되고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노ㆍ사ㆍ정의 리더십은 항상 불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취약한 리더십은 설령 노사가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 냈다고 할지라도 타협 주체들의 리더십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었다. 90년대 초반의 임금 안정화와 중반의 노사개혁, 90년대 말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불완전한 타협과 실패 등의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취약한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먼저, 참여정부의 개혁적 리더십은 손상을 입은 지 오래다. 개혁적인 리더십을 행사할 주체가 불분명하다. 노사정위원회의 한 연구위원은 "청와대 개혁TF는 개혁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발생한 노사분규가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사후에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고 노동부는 경제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지속적으로 개혁적인 노동정책을 이끌어 가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해 청와대 노동개혁TF는 한국노총ㆍ민주노총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노무현 대통령과 식사를 같이하는 자리를 마련했을 뿐 눈에 드러나는 역할은 거의 전무하다는 평이다. 또 노동부는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문제 등에 있어 노동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경제부처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중단했다. 재계의 리더십 확보도 시급하다. 경제 5단체 중 역사가 가장 짧고 재정과 인력 그리고 재계 리더십에서도 가장 취약한 한국경총에 노사관계를 전담시킨 것 자체가 재계의 노사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총이 손배 가압류 해결을 위해 노동계ㆍ정부와 합의한 것을 두고 전경련이 인정할 수 없다고 바로 반박 성명을 낸 것이 하나의 예가 된다"며 "재계 내부에서도 통일된 리더십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대한상의와 전경련 그리고 한국경총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영기 박사는 "재계는 성명을 통해 원칙적인 입장만을 천명함으로써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기여했고 노조 상급단체와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특히 산업별ㆍ직종별ㆍ업종별ㆍ지역별 경제단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기능의 재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강성 투쟁 일관으로 입지가 좁아진 노동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노총에서 분리된 민주노총 등 양 노총의 정책과 이념 경쟁은 약화되고 점차 조직 경쟁만 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화염병을 던지는 과격시위를 하는 등 후진적인 노동운동을 벌인 것도 문제다. 더욱이 감정을 앞세운 투쟁이나 주장은 합리적인 주장을 근거로 한 `정책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조경험을 가진 노조간부 출신 가운데 노동조합이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를 담당할 인적자원을 키우고 배출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간에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노ㆍ사ㆍ정의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전용호 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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