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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입력2004-11-02 15:17:52
수정
2004.11.02 15:17:52
불치병 애인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
[새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불치병 애인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
최루성 멜로 만큼 국내 흥행이 보장되는 장르도 드물다.
5일 개봉하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감독 이재한ㆍ제작 싸이더스)는 상업 영화로서 흥행 기본 조건을 모두 갖춘 ‘행복한’ 영화다.
최고의 청춘스타 정우성,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고 멜로의 영원 불멸한 소재인 ‘불치병’도 등장한다.
그러나 안전한 길로만 향한 나머지 뻔한 공식만 나열해 새로움을 기대한 관객에겐 식상함을 안겨준다.
유난히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 앞에 공사현장 십장인 철수(정우성)이 등장한다.
몇 번의 우연찮은 마주침 이후 둘은 운명처럼 연인이 된다. 수진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거칠기만 한 철수에게 듬뿍 사랑을 안겨준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둘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에 큰 장애물이 닥친다. 점점 심해지는 수진의 건망증이 다름아닌 알츠하이머병 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영화는 자연스레 눈물의 바다로 향한다.
수진은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철수의 눈물샘을 한껏 자극하는 편지를 남기고, 예의 철수는 변치 않는 사랑으로 눈물의 대열에 동참한다. 유려하게 극을 이끄는 깔끔한 편집 덕에 궁상맞게 흐르진 않지만 영화의 바탕은 전형적 신파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한편으로 주연들의 기존 이미지에 안주한 모습들은 작품을 지겹게 만들기도 했다.
전작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에서 갖은 불치병을 앓았던 손예진은 이번엔 알츠하이머병 환자 역에 도전하며 ‘불치병 전문 배우’라는 딱지가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정우성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극의 흐름과는 관련 없는 노골적인 PPL이라는 거슬림과 함께 기존 작품들에서 무한 반복됐던 ‘거친 왕자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11-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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