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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밖에 안나오는 WHO 에볼라 대처

자체 내부 보고서 "직원 무능·정보부족으로 확산 못막아"

에볼라 사태와 관련한 세계 보건기구(WHO)의 무능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지난 6월에서야 인지해 안이한 상황인식을 가진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WHO는 최근 직원들의 무능과 정보부족으로 급증하는 에볼라 발병사태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을 담은 내부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 AP통신이 입수한 초안에서는 "거의 모든 (에볼라) 발병 대응 담당자들이 명백한 재앙의 징조를 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초안은 서아프리카처럼 국경 여기저기 뚫려 있고 보건 시스템이 붕괴된 지역에서는 전통적 전염병 격리조치가 소용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알아챘어야 했다며 타성에 젖은 에볼라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초안은 또 WHO 내부의 관료주의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별 WHO 지역책임자가 정치적으로 좌우되는 자리라는 점이 지적됐다. AP통신은 이들 지역책임자를 아프리카 WHO 지역 담당 이사인 루이스 삼보 박사가 선임했는데 삼보 박사는 챈 총장의 명령마저 무시한다고 전했다. 에볼라 공동 발견자인 피터 파이엇 영국 보건대학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에볼라 퇴치의) 최전선에 있는 것은 아프리카 WHO 지부들인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 지부는 정말 무능하다"고 공개 비난했다.



WHO의 시스템 문제 못지않게 챈 총장 개인의 안이한 상황인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 는 4월에 에볼라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챈 총장은 6월이 돼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챘다고 초안은 지적했다. 챈 총재는 최근에도 담배규제기본협약 총회 참석차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정도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도 정작 에볼라가 창궐한 라이베리아에는 들르지 않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이달 초순 한 국제행사 일정 중 조우한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로부터 "(에볼라 같은) 비상사태에 대처할 권한을 갖고도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힐난을 당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WHO는 19일 성명을 통해 에볼라 초동대응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WHO는 재검토 시점을 이번 사태가 진화된 후라고 못 박아 비판여론을 무마하는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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