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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그들이 있음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는 혼란스럽다. ‘만경대 정신’이 충만한 어떤 교수의 6ㆍ25전쟁에 대한 해괴한 해석과 거기서 촉발된 사회갈등이 불러온 증상이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 인권보호, 국가정체성과 색깔론 시비가 엉크러져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치고받고 있다. 이쪽 말이 옳은 것 같은데 저쪽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도 그럴 듯하다. 게다가 같은 사람인데도 소신과 상대방에 대한 시각이 순식간에 바뀌니 어떤 게 진심인지 정말 헷갈린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그렇고, 야당을 두고 연정을 제의할 때는 정책지향점이 같다고 했다가 채 한달도 안돼 냉전독재체제를 원하는 당이라고 몰아치는 여당의 태도도 그렇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사회는 쩍쩍 갈라져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 과학자들 '세계 첫' 성과 쏟아내 이렇게 심란할 땐 눈과 귀를 다른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도 기대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짓을 보며 스트레스 받을 게 아니라 밝은 쪽을 보면서 희망을 갖는 게 훨씬 유익하지 않겠는가.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게 좋다. 그런 대상 중의 하나가 우리 과학자들의 맹활약이다. 그들은 눈부신 성취로 한국의 이름을 빛내고 국가경쟁력의 기반을 단단히 쌓아가고 있다. 네이처ㆍ사이언스ㆍ셀을 비롯한 세계적 과학학술지에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한국 과학자들의 논문이 실렸다는 뉴스가 3~4일에 한번꼴로 들려오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황우석 박사팀은 새삼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김경규 성균관대 교수-김양균 중앙대 교수 연구팀은 DNA의 새로운 3차원 구조를 세계 처음으로 규명,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다. 마리아연구소의 박세필 교수팀은 불임치료용 냉동배아로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 세계 최초로 미국특허를 받아 한국 줄기세포 기술의 우수성을 새삼 입증했다. 백성희 서울대 교수팀은 암(癌) 전이를 막는 유전자를 규명했고 정인권ㆍ이태호 연세대 교수팀은 암세포만 골라 늙어죽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것들 역시 세계 최초다. 다른 분야에서도 개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흔 KAIST 교수는 수소에너지 상용화의 길을 앞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저장기술을 개발했다.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0~100배의 효율을 가진 연료전지를 개발, 실용화에 성공한 미국 유학생도 있다. 이문호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제작과 LCD 등에 쓰일 수 있는 초정밀 나노분석 기술을,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반도체 탄소 나노 튜브 분리 기술을 개발했다. 어려운 사회에 기쁨·희망 선사 어디 이들뿐인가. 세계적인 성과를 올린 과학자들은 열 손가락을 몇 번 꼽았다 펴야 할 정도로 많다.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자랑스런 이름인데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과학자들 역시 세상을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유쾌한 충격이다. 그들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대변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연구를 수행해 구체적인 성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간다. 그들로 인해 보다 밝은 미래, 더 건강하고 발전된 세상, 한층 경쟁력 있는 나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해괴한 학설로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거나 말로는 변화와 개혁을 외치지만 알맹이가 없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과학기술은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그래서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우리가 행복하고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과학자,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백성희 서울대 교수는 연구비가 부족해 빚을 내서 연구활동을 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내가, 우리가 내는 세금이 이런 사람들에게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국민들의 혈세를 받아쓰면서도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들 과학자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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