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참패로 인한 성난 '팬심'에 브라질 전역이 홍역을 앓고 있다. 상파울루에서는 버스 방화가 잇따라 20여대의 버스가 불에 탔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상가를 습격,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유리창을 깨고 약탈행위를 벌이다 체포되기도 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이 있는 서부 이타케라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여 긴급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경기가 열린 벨루오리존치의 사바시 지역에서는 축구 팬들이 충돌해 최소 12명이 부상하고 8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마련된 '팬 페스트' 현장에서도 소동을 부리던 축구 팬 6명이 체포됐다.
네이마르를 다치게 한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나폴리)가 살해 위협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콜롬비아 정부는 이탈리아 당국에 수니가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9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외교부는 수니가가 나폴리에서 활동할 때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을 이탈리아에 보냈다. 수니가는 브라질과의 월드컵 8강전에서 네이마르의 등을 무릎으로 가격했다. 네이마르는 척추 골절상을 입어 대회를 마감했다. 수니가가 "악의가 없었다"고 밝힌 데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고의가 아니었다는 판단으로 수니가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지만 브라질이 독일에 크게 지면서 팬들의 화살이 수니가를 향하고 있다. 심지어 브라질의 한 폭력조직은 수니가를 해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니가의 소속 클럽인 나폴리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수니가를 지지하고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폴리는 "수니가는 악의가 없는 반칙과 불운한 결과 때문에 많은 비난과 온갖 종류의 협박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수니가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귀국 뒤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고를 경험했던 터라 선수 살해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혼란의 브라질… 방화·약탈 잇따라
전설의 록그룹 롤링 스톤즈의 리더인 믹 재거(71)의 저주가 화제다. 영국 일간지 미러 인터넷판은 "브라질 언론들이 대표팀의 굴욕적인 패배를 '믹 재거 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축구 팬들 사이에서 믹 재거의 별명은 '페 프리우(Pe frio)'다. 포르투갈어로 '차가운 발'이라는 뜻이지만 불운을 부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믹 재거가 지지하는 팀은 대부분 패하면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는 게 미러의 설명이다. 이날 믹 재거는 브라질 슈퍼모델 출신인 루시아나 히메네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자신의 일곱 번째 자식인 루카스(15)와 함께 경기장 VIP석에서 브라질-독일전을 지켜봤다. 믹 재거는 최근 로마 공연에서 이탈리아의 16강 진출을 예상했고 리스본 공연에서는 포르투갈의 우승을 점쳤지만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도 믹 재거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8강전에 참석했는데 브라질은 1대2로 졌다. 이날도 믹 재거가 응원한 브라질은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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