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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心은 찌들고…農土는 병들고…

영농자금회수 앞두고 연쇄도산 우려 경남 진주시 박모(48)씨는 지난달 가족 4명과 함께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동네에서 사라졌다. 과수원을 운영하던 그는 지역에서는 명망 있는 농민 후계자로 추앙 받았으나 지난해 5,000만원의 빚을 진데 이어 작황 부진으로 올해 또 다시 수천만원의 빚을 질 것으로 예상되자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경북 영천시 김모(47)씨는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간부를 지내는 등 영농 지도자로 활동했으나 최근 영농과 축산에서 잇따라 실패하고 빚이 수억 원으로 불자 고심 끝에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2년 연이은 태풍 피해와 냉해 등으로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생활고와 부채를 견디다 못해 이웃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잠적하는 야반도주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야반도주는 추수 철이 끝나 영농자금 회수가 본격화할 이달 말, 내달 초가 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연대보증을 선 이웃 농민의 연쇄도산이 불가피, 마을 전체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흉년과 농촌경제 몰락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종래에도 야반도주 농민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그 숫자가 단위 조합별로 5~10명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재(49) 경북 영양군 농민회장도 “장날 다른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 `누구 누구가 빚 때문에 도망을 가거나 이사를 했다`는 등 흉흉한 이야기를 듣는다”며 “수십 년간 살아온 고향을 남 몰래 도망치는 그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야반도주의 증가와 함께 농민들의 파산 신청도 급증하고있다. 경남 진주시 김모(53)씨는 8,000여 만원의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게 되자 최근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여건에 불과한 이 지역 파산 신청이 올해는 벌써 70여건에 이른다. 대구지방법원에도 2,000년 10건이던 파산신청이 2001년 35건, 지난해 67건에 이어 올해는 10월 현재 182건으로 급증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종전에는 대개 도시 근로자가 파산 신청을 했으나 최근에는 농민의 파산 신청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주영 전국농민회 사무처장은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부채는 가구당 3,400여 만원에 이른다”며 “농민 대부분이 부채 때문에 사실상 파산 직전에 몰려있으며 이를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 심지어 음독까지 하는 등 농촌 현실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처절하다”고 말했다. -------------------------------------------------------------------------------- 화학비료 적정량보다 40% 더 뿌려 농약사용도 OECD국 평균 6.5배 매년 적정 사용량보다 40%나 많은 화학비료가 우리나라 농토에 뿌려져 지력(地力)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또 농약 사용량도 국제 수준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농림부와 농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민들이 2002년 한 해 동안 186만3,000㏊의 농경지에 사용한 화학비료는 63만7,000여톤으로, ㏊당 사용량이 342㎏에 달했다. 이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표준 시비량(245㎏)에 비해 39.5%나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토양내 유효규산 함량이 벼농사 적정 기준치(130ppm)에 미달하는 면적이 전체 논 면적의 88%인 93만2,000㏊에 달하는 등 지력이 약화하고 있고, 토양산성화 진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또 농림부가 입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농약 사용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작지 1㎢에 1.3톤의 농약을 뿌려 OECD 30개 회원국 평균(0.2톤)의 6.5배에 달했다. 농협이 최근 수도권 농산물유통센터에 출하된 채소류의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710건중 기준치 초과 건수가 32건으로 부적합 비율이 4.5%에 달했다. 이는 선진국(부적합 비율 0.8~1.2%)의 4배에 달하는 수치로, 특히 쪽파 대파 등 파 종류(14.8%)와 부추(6.3%), 깻잎(5%)의 부적합 비율이 높았다. <대구=유명상기자, 창원=이동렬기자, 조철환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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