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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유층 국내소비 막는 대못들 뽑아내야

우리나라 국민의 카드 해외사용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ㆍ4분기 해외사용금액은 23억7,200만달러로 지난 1997년 1ㆍ4분기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였다고 한다. 전분기보다도 4.2% 늘었다. 원화가치가 오르자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등 외국에서의 씀씀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들이 관광 등을 위해 3ㆍ4분기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금액은 12억1,6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1.3% 줄었다. 국내 경기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해외소비는 늘어나고 외국인들의 국내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최근 관세청이 집계한 '해외 신용카드 고액사용자 현황'을 봐도 우리나라 고소득자들의 해외 카드사용이 얼마나 빨리 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1년 외국에서 신용카드로 연 2만달러 이상 쓴 개인과 법인은 6만3,727명으로 2010년과 비교해 16.9% 늘었다. 이들이 사용한 카드금액은 31억2,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8%나 급증했다.

이 같은 통계수치는 우리나라 중상류층의 소비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단지 그 여력을 국내소비로 돌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들에게 나라를 위해 외국에 나가지 말고 국내에서 소비해달라고 애국심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관광ㆍ레저ㆍ의료ㆍ교육 등의 분야에서 과감한 규제완화와 세금혜택 등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기국회 때 정부가 추진하다 무산된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안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 골프 소비를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법안이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어처구니없는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골프 외에도 요트ㆍ승마 등 고소득층의 레저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촉진책이 시급하다. 의료 분야 역시 고소득층에 특화된 진료서비스를 개발해 국내시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고소득층 소비를 삐딱하게 사시로 보는 인식과 문화를 바꿔나가는 일이다. 고소득층이 국내에서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대승적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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