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집권 2기 대통령들처럼 중간선거 이후 외교정책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9일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미얀마·호주를 방문하는 8일간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돌입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겸한 중국 국빈방문으로 시작되는 이번 순방은 오바마 정권의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재균형)' 전략에 다시 힘을 싣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이후에도 이란과의 핵 협상, 올해 말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중동에서의 대테러전략 등 외교안보전략 이행에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은 2년 동안 대외 이슈에 눈을 돌려 역량을 발휘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이 벽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들이 2년간의 잔존 임기 동안 외교정책에 주력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외교적 권한 덕분에 자유로운 활동을 펼 수 있기 때문이지만 외교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을 받은 공화당이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정책에서도 오바마의 행보에 적잖은 견제를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막아온 이란 제재 강화법을 상정하는 등 이란과의 핵 협상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략도 보다 공세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한편 현 정권의 외교안보 실책이 중간선거의 향배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분위기 쇄신책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대폭 물갈이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정부 1기에서 백악관 수석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이날 MSNBC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남은 2년간의 집권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백악관 인사 교체가 현명한 일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브리핑에서 "과거처럼 중간선거 패배의 여파로 행정부 고위관료를 경질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물갈이설을 일축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백악관을 떠나는 참모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은 존 포데스타 백악관 선임고문과 댄 파이퍼 선임고문, 제니퍼 팔미에리 공보국장, 벤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 등은 중간선거 후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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