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EC) 호세 마누엘 바호주(사진) 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정례 연설에서 “부실은행이 정부에 손을 벌려 결국 나라 전체를 흔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각국 정부로부터 은행의 감독 권한을 위임받는 은행동맹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은행동맹은 ▦ECB가 모든 유로존 은행들의 감독권을 받은 이후 EU 내 6,000여개의 은행들로 사정권한을 확대하고 ▦역내 부실 은행 구제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며 ▦고객의 예금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등 크게 3가지 틀에서 운용된다. 또한 ECB가 ‘큰 칼’을 갖게 됨에 따라 ECB의 의사결정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EU 회원국의 의사가 공평히 반영되는 투표시스템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ECB는 역내 은행의 유동성 감시에서부터 폐쇄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 등 강력한 힘을 쥐게 될 전망이다. 또한 다음달 공식 출범할 유로안정화기구(ESM)도 정부를 거치지 않고 부실은행권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위기 진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실 은행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은 초안이 공개된 직후 성명을 통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은행동맹안은 올해 말까지 EU 회원국의 자체 승인을 얻은 후 내년 중순에는 유로존 은행 중 절반을 시작으로 점차 EU내 모든 은행으로 적용 범위를 키울 계획이다. 다만 독일과 영국 등은 일제히 반대 성명을 쏟아내 실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은행 감독 강화는 거대 은행 몇몇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내 부실은행까지 동맹에 가담할 경우 리스크가 우량 은행으로까지 번져 자칫하다가는 역내 모든 은행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영국 총리실도 “초안을 자세히 살펴봐야 알겠지만 은행동맹안이 영국에 해를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은 유로화를 쓰지도 않는 자국 은행이 ECB 사정당국의 큰 칼에 피해를 봐 현재 역내 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자국 금융권이 타격 받을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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