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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잠잠하던 낙하단 다시 노골화...고위관료들 노른자위만 10자리 꿰차

금융지주서 금융공기업 사장까지 장악

최근엔 기업은행장 자리 '그림그리기'

대통령이 나서 후진관행 뿌리 뽑아야

여론의 뜨거운 비판에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던 모피아(옛 재무관료의 별칭)들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과도하게 자리를 독차지하던 모피아에 대한 비판 속에서 한때 금융관료들의 자리 챙기기가 줄어드는 듯하더니 연말이 다가오고 여론의 비판적 흐름이 잠잠해진 틈을 타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줄줄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은행장 자리를 놓고 모피아가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선배에 대한 보은이나 금융위원회의 자리를 만들어 후임자들에게 적절한 안배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인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금융관료들의 시장 장악력도 키우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모피아의 끊임 없는 탐욕="정권 초기부터 자리를 두고 노골적으로 치고 나왔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금융관료 출신, 소위 모피아의 약진을 두고 내린 평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납작 엎드려 있었던 관행을 벗어던지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역대정권은 대부분 초기 인사에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피아 출신'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금융관료 출신들이 기지개를 켜기까지 참여정부 때는 2년, 이명박 정부는 때는 1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다르다. 초기부터 상당히 공격적이다. KB금융지주회장(임영록)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임종룡)에 차관 출신의 금융관료를 앉힌 것을 시작으로 국제금융센터 이사장(김익주), 여신금융협회장(김근수), 예금보험공사 사장(김주현), 저축은행중앙회장(최규연) 등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자리 대부분을 모피아가 차지했다. '모피아 독식' 여론이 비등하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는 다시 행시 14회의 재정경제부 출신의 최경수씨가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논란 끝에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앉았다. 또 유재훈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이 예탁결제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한국투자공사 사장 자리는 행시 23회의 안홍철씨가 자리를 꿰찼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채 안 돼 금융권의 노른자위로 일컬어지는 곳만 10자리 이상을 모피아가 차지한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금융관료들의 행보=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정권 초기 소외됐던 금융관료들은 위기 때 부활했다. 카드사태가 경제를 흔들던 참여정부 2~3년 차 때,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 2년 차가 이들의 부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 대표적.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원회 체계를 구축했다.

당시 금융관료들이 겪는 상실감은 매우 컸다고 한다. 차관급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친 구조의 금융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인력은 180명에서 150명으로 줄었다. 의도적으로 금융관료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힘이 빠졌다. 하지만 이들이 부활하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회였다.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에 앉고 윤진식씨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간다. 그리고 진동수씨는 금융위원장을 꿰찼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도 초기 모습은 비슷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과 인수위원회 시절, 금융관료는 역시 소외됐다. 박 대통령 대선 공약에서는 이렇다 할 금융 관련 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금융 관료들이 배제됐다. 여기에 장·차관급 인사에서도 밀려나자 모피아 위기론이 급부상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은 정부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권 교체기에 이뤄지는 금융기관 수장 자리부터 발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그들은 공정한 선발과정 통해 최대 적임자 뽑는 과정에서 금융관료 출신들이 낙점됐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시장의 눈은 다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과 강한 정서적 공감대, 그리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끈함이 엄청난 무기가 돼 있다"면서 "수십년간 한국경제 발전과 함께한 그들의 장악력과 위기에 대처하는 응집력이 두려움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역차별 받느니 밀고간다...대통령만이 변화 가능=모피아라는 말 때문인지 이들은 묘한 피해의식도 짙다. 한 금융관료는 "마피아에 비유되는 게 상당히 기분이 언짢다"고 말했다. 관료사회나 시장이 일부러 적을 만들어서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공격형으로 전략을 바꿨다. 제지를 당하고 역차별을 받느니 차라리 치고 나가겠다는 심리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을 갈수록 차갑다. 시장은 물론 정권 탄생에 기여했던 이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집단의 독식은 어떤 식으로든 좋지 않다"면서 "결국 이를 바꿀 수 있는 이는 대통령이다. 모피아 독식을 없애겠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때도 시도는 했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다. 오래된 관행의 문제였는데 낙하산 등의 후진적 관행은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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