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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달러, 세계질서를 바꾼다] <3> 서구중심 금융질서 균열되나

'세계경제 엔진' 美 중심서 다극체제로<br>브라질-아르헨 무역대금 자국통화로 결제키로<br>국제자금 흐름도 중동·中→선진국으로 바뀌어<br>전문가 "달러 헤게모니 상실여부는 더 지켜봐야"



미국 중심의 세계 실물ㆍ금융 질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과거 세계 경제는 미국이 성장하면 같이 성장하고 미국 경제가 후퇴하면 같이 후퇴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얘기는 지나간 얘기가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6일 “미국 경기는 명백히 둔화하고 있으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는 견실하다”며 내년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08년 세계 경제 전망’ 간담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수비르 고칸은 “미국 경제가 2%대로 하락해도 아시아 경제 성장 및 전반적인 거시경제 안정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아시아 경제 성장률 하락폭은 1%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는 “미국 경제의 둔화, 아시아 경제의 성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세계 경제가 디커플링(탈동조화)됐기 때문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오히려 점차 커플링되고 있으나 과거에는 하나뿐이었던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엔진 자체가 현재는 다수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이 같은 탈동조화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 아시아ㆍ유로권에서의 역내 무역 급증 등에 힘입은 것이다. 실물경제의 이 같은 변화는 자연스럽게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질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오동철 한국은행 국제동향팀 팀장은 “국제금융시장이 달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중심 일변도에서 다원화 추세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구 중심 금융질서 곳곳서 이탈=조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약세로 원유ㆍ원자재 등 실물자산을 수출하는 중동, 남미 및 신흥국가와 이를 수입하는 서방국가와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달러화 의존도 축소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 중심의 금융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은 남미쪽에서 활발하다. 실제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연말부터 양국 거래에서 무역대금을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미주개발은행(IDB) 등은 이제 중남미에서 과거의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중동국가들도 달러화 약세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앉아서 손해를 보자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대금을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각국 외환보유액의 탈(脫)달러화 움직임도 심상찮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현재 64%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25.9%에서 26.1%로 올라갔다. ◇국제 자금흐름 바뀌고 있다=세계 자금시장 흐름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중동국가는 최근 5년간 벌어들인 돈이 1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4,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막대한 자산을 등에 업은 오일 달러와 차이나 달러는 세계 자본시장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며 국제 자금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세계 인수합병(M&A)시장도 오일 달러와 차이나 달러로 인해 격변하고 있다. 지난달 말 두바이는 미 나스닥증권거래소 지분 20%와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8%를 인수했다. 카타르도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0%를 사들였다. 중국 역시 지난달 민생은행이 미 UCBH은행 지분 9.9%(2억달러)를 매입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급성장 중인 ‘이슬람 금융’도 국제금융시장의 주목거리다.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대신 부동산ㆍ광물 등 실물자산을 상대방에게 대여ㆍ매매한 후 운영수익을 수취하는 금융방식으로 비이슬람권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상무는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반면 중국 등 신흥시장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며 “중동ㆍ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유동성 등 금융시장 전체를 결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격 개편의 서곡이냐, 일시적 조정이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서구 중심의 금융사회에 균열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이 오일 달러 비중 확대, 이슬람금융 활성화, 중국 및 인도의 급성장 등 아시아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질서를 뒤바꿀 정도로 과격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서방금융이 헤게모니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화가 지속되면서 신흥국가의 달러 표시 비중이 줄어들고 통화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일본마저 달러보다 유로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 글로벌 금융 충격파는 대단히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미국 경제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서구 중심 사회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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