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수익률 7.04%, 적립금 1조730억원.' 내로라하는 50개 운용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실력자로 자리매김한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3월 말 현재 기록한 성적표다. 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1위다. 2009년 말 약 4,000억원에 불과했던 적립금은 2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와는 달리 자체 영업으로만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도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6.39%. 운용사 전체로는 8위에 해당하지만 생보사만 따지면 1위다. 미래에셋생명은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1,500억원을 지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국민연금이 생명보험사의 지분에 투자한 것은 동양생명과 KDB생명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퇴직연금 성과를 보고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생명의 퇴직연금 운용성과는 물론 상품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컨설팅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승욱 미래에셋생명 이사는 "국민연금과는 1년 전부터 투자유치 논의를 했다"며 "국민연금이 그동안의 성과를 봐왔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퇴직연금ㆍ생명보험 시장의 고성장을 기대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결정한 후 다른 금융회사들도 사모펀드를 통해 1,000억원을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금융회사도 사실상 국민연금의 투자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은행 등 금융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차지하는 역량에 대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시중은행의 한 퇴직연금 담당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거의 모든 기업체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되고 있다"며 "다른 금융회사들이 갖추지 못한 은퇴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들을 폭넓고 깊이 있게 확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퇴직연금연구소'에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은퇴 설계 건강 아카데미'를 설립할 예정이다. 세미나와 교육은 물론 대규모 박람회를 통해 은퇴문화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회사의 상품 라인업과 관련 부가서비스를 모두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월 신규 계약 가운데 연금 상품을 통한 수입보험료가 전체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20% 이하임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다. 무엇보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가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윤 이사는 "생보사들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며 "향후 은퇴시장 확대와 그에 따른 퇴직연금 사업 강화를 통해 종합자산관리 금융사로 이미지를 굳히는 '상장 스토리텔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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