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가 세월호의 참극을 만들고 말았다. 세월호 사태로 사회신뢰도 붕괴됐다.
따지고 보면 한국 경제도 낮은 사회신뢰 때문에 21세기 초부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중진국 함정에 빠져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신뢰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관계를 맺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즉 사회자본을 키운다. 사회신뢰는 상거래에 필요한 거래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거래비용이 낮아야 시장의 기능이 원활해지고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세계화 시대에 사회신뢰는 더 중요하다. 사회신뢰의 중요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 한국의 사회신뢰도를 비교해보자.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제투명성(TI),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 등 세계적 기구들이 매년 국가별 사회신뢰지수를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해 발표한다.
필자는 이들 자료에서 과거 약 10년간의 평균치를 뽑아봤다. 사회신뢰의 분야가 다양하므로 아홉 가지 분야를 선정했다. 기업에 대한 사회신뢰, 정치인과 공무원 대한 사회신뢰, 노사 간의 신뢰, 준법정신, 부정부패, 사회정의, 세계적 신뢰,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정부의 공공통치에 대한 신뢰 등이다. 구체적인 항목으로는 총 33개 지수를 살펴봤다.
놀랍게도 9개 분야, 33개 신뢰지수의 수치가 거의 모두 네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와 같다. 싱가포르가 제일 높고 그 뒤를 홍콩과 대만, 한국이 잇는다. 물가와 환율 등을 감안한 구매력 기준 2012년 1인당 국민소득은 싱가포르가 6만1,000달러고 홍콩 5만1,000달러, 대만 3만8,000달러, 한국 3만2,000달러 등이다.
33개 모든 신뢰지수를 점수화하면 싱가포르가 7.6점(10점 최고치)이고 홍콩이 7.3점, 대만이 6.1점인 데 비해 한국은 5.1점에 불과했다. 즉 싱가포르와 홍콩이 한국보다 각각 49%와 43% 정도 높고 대만도 20%나 높다.
아홉 가지의 사회신뢰 분야 중 한국이 싱가포르와 홍콩에 비해 특히 낮은 것이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신뢰, 노사 간의 신뢰, 부패지수와 정부의 공공통치에 대한 신뢰 등 네 분야다. 한국은 이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섯 분야도 대개 한국이 약 20~30% 낮다.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신뢰지수의 상대적 크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신뢰를 키워야 세월호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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