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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경제 쉽게 무너지지 않아'


세계경제가 지난 2001년 이후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왜 이런 난국에 처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경제가 이렇듯 어려움에 처하게 된 원인은 바로 선진국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등 18개 주요 선진국의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영국과 미국은 각각 129.7%와 59.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 1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이하 ‘소득’)과 주택가격을 비교한 결과 영국과 미국의 실질주택가격은 소득보다 각각 76.6%와 36.8% 더 상승하는 등 대단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선진국 부동산시장이 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주택 구입비용이 크게 절감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원자재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의 호황에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시중에 넘쳐 흐르는 돈의 일부가 상품시장으로 몰려들며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물가를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불러왔던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이 계속된 영향으로 2006년 6월,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6.9%까지 상승해 주택 구입자들에게 일대 타격을 가했다.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집을 샀던 사람들은 이자부담에 허덕이게 됐고 적정수준보다 더 많은 집을 지었던 주택건설업체들은 팔리지 않는 재고주택 부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주택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집값의 80∼90%에 이르는 돈을 대출해줬던 선진국 금융기관은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하나 둘 엄청난 잠재부실에 노출돼 있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부풀어올랐던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져버린 만큼 선진국 경제는 상당한 기간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사실상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하락은 이들의 전재산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재산을 날려버린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 데다 주택건설업체와 금융기관마저 근로자들을 해고하면서 심각한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는 이대로 끝 없는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것일까. 긴 시각으로 보았을 때 세계경제는 지금 세 가지의 아주 중요한 호재를 맞이하고 있어 세계경제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첫번째 호재는 다름이 아니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긴축이 강화되고 선진국의 성장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최근 월물 기준)은 배럴당 88.06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가계의 구매력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전세계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인하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두번째 호재는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세금환급 정책을 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세금환급금의 대부분이 부채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그 효과를 폄하하지만 적어도 가계의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호재는 다름이 아니라 미국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거 정책금리인하가 약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의 효과는 2008년 중반을 고비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존 템플턴은 ‘강세장은 비관론 속에서 싹이 트고 회의론 속에서 자라나 낙관론과 함께 성숙해 행복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사라진다’는 유명한 격언을 남긴바 있다. 공포에 굴복하기보다는 저 먼 곳에서 다가오는 경기회복의 빛을 찾는 ‘역발상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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