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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달러화 줄이고 엔화·金 늘린다

금융위기후 외환보유 다변화<br>엔화·金각각 46%·30% 증가<br>달러는 70%서 60%로 줄어



세계 각국이 보유하는 외환보유고 가운데 달러화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대신 엔화와 금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신흥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외환보유 통화 다변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지난해 이래 지속되는 엔고(円高)와 금값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엔화 자산이 전년대비 46.6% 증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의 2. 92%에서 3.81%로 확대됐다고 10일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달러화 비중은 전년대비 0.68%포인트, 유로화 비중은 1.23%포인트씩 각각 하락해 61.41%와 26.33%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말 현재 9조2,582억달러에 달한 전세계 외환보유고 가운데 통화별 구성비가 파악된 5조1,197억달러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가 세계 외환보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70%를 웃돌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60% 붕괴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2009년까지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불거진 재정위기로 비중이 하락했다. 지난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래 미 달러화와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이 밖에 영국 파운드화 자산 비중도 4.26%에서 3.96%로 낮아졌다. 선진국발(發) 잇단 위기를 겪은 뒤 달러화와 유로화에 외화자산이 집중되는 데 불안감을 느낀 신흥국가들은 대신 엔화와 호주달러, 캐나다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늘리고 있다. 세계 외환보유고 가운데 엔화 자산은 지난 1년 동안 50%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 가운데 신흥국가들이 보유한 엔화표시 외환보유액은 무려 78.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달러화 등 기타 통화가 전체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06%에서 지난해 말에는 4.38%로 높아졌다. 금 보유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국제조사기관인 세계금위원회(WGC)의 조사 결과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지난해 말 2만7,220톤, 금액 기준으로 1조2,300억달러로 전년대비 30% 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금 매입을 주도하는 것 역시 신흥국가들이다. 러시아의 금 보유가 전년대비 20% 늘어난 788톤에 달한 것을 비롯, 중국과 인도, 태국 등도 공격적으로 금 자산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신흥국들의 엔화 자산 및 금 보유 확충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엔화 강세와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다만 신흥국들이 당장 기존의 달러화 및 유로화 자산을 내다팔기 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거액의 외화 자산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미국 국채 등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문은 한 국제금융 소식통을 인용, "신흥국들이 달러화 자산 등에 대한 기존 투자는 유지하면서 신규로 늘어나는 외환보유고에 한해 통화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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