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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월 15일] 꼴사나운 'KB목장' 결투
입력2010-01-14 18:41:49
수정
2010.01.14 18:41:49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꼼수도 부릴 줄 모른다. 그래서 잘못된 것을 보면 바로 잘못됐다고 내뱉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이를 철칙으로 삼아왔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직선적으로 표현한다는 게 가장 큰 결점이다. 이런 성격 탓에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마음에 두고 누누이 곱씹지는 않는다. 특히 내가 이뤄야 할 것을 남이 차지했다고 해도 최소한 재는 뿌리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자기반성부터 한다. 이어 부족한 것을 메우려고 와신상담했다. 그것도 바르게 하는 게 도리라고 배웠다.
公益에 맞아야 감독행위 정당
성격 탓일까.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빚어진 금융당국과 KB와의 갈등을 보면서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최소한 이번 사태를 놓고 벌이는 금융감독당국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작태가 얼마나 유치한가를.
우선 강 행장의 '회장 내정자직 포기'를 노골적으로 강요한 감독당국의 행태부터 보자. 아무리 '미운털'이 박혔다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람을 사퇴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 잘한 일일까. 관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당국은 관치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한다. 심지어 당국을 옭아매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솔직히 애기해보자. 그렇게 해놓고도 관치가 아니라고? 아닐 게다. 그래서야 자기 맘에 들지 않는 반장을 왕따시키는 철부지와 다를 게 없다.
물론 억울한 점이나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 게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데 관치라고 몰아세운다면 정작 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항변할 수 있다. 일정 부분 일리는 있다. 잘못된 것을 그냥 넘어가라는 얘기도 아니다. 관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뒤집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감독행위란 공익에 부합해야 정당성을 인정 받는다.
강 행장의 처신도 모양새가 사납다. '회장 내정자직 포기'까지는 그래도 온정의 눈길이 빗발쳤다. 여론도 강 행장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 행사한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강 행장에 대한 동정여론을 물밑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심지어 "생각이 좁은 사람,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행장은 "보복성 인사를 한 일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분위기는 강 행장이 자초했다. 한번도 아닌 두 번이나 자기 수족이 아니라고 사람들을 잘라낸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이번 인사가 시급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명으로 들린다. 특히 곧 회장대행에서 물러날 사람이 무리하게 KB금융지주 사장을 공석으로 두는 인사를 단행한 것은 누가 봐도 과하다. 조직 안정을 위한 인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리더는 합리적인 사고 가져야
당국이나 강 행장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을 보면 한심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대표한다는 관리나 최고경영자(CEO)가 이 지경인데 무엇을 바랄까. 이들은 장렬하게 죽는 방법만 배웠지 합리적으로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 듯하다.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의 입장을 상대화하고 이견을 배려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비단 이번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한국 지도자들의 난맥상이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들이 자리를 탐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들을 대체할 유능한 인재가 많다. 심지어 KB금융 내에도 이들보다 훨씬 우수하고 그릇이 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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