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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2월 25일] 블러핑의 함정

위기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종종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포커게임에서 약한 패를 들고 허세를 부리는 ‘블러핑(bluffing)’과도 같다.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당사자 이해관계가 엇갈릴수록 블러핑을 해야 할 경우는 많아진다. 때로는 정책 당국자들이 상황을 오판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있고 외교적 수사로 치장해 사실 여부를 어물쩍 물타기 하기도 한다. 경제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면 실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포커게임에서 블러핑이 잦으면 상대방이 알아채 역공을 당해 낭패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책 당국자들의 블러핑도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2년 째 금융위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경제팀은 신구 행정부 가릴 것 없이 시장과의 심리전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구제금융이 없다고 큰 소리쳤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초토화되자 뒤늦게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TARP)계획을 마련했다. 그마저 달랑 3장짜리 법안을 의회에 보내 승인해달라고 했다가 부결을 자초했는가 하면 구제금융 계획도 부실자산 인수에서 자본확충 지원으로 전환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앞서 지난해 여름에는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에 시장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데도 발표 1주일 전까지 “두 기관의 자본상태는 건전하다”며 부인으로 일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지금 월가를 짓누르는 은행 국유화 문제만하더라도 그렇다. 재무부가 씨티그룹에 대한 지분을 40%까지 끌어올리는 협상 진행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에도 재무부 등 5개 금융당국이 성명을 통해 “민간 은행 시스템이 최선”이라며 월가에 확산되는 국유화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월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결국은 국유화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근 1개월 지속되는 동안 백악관과 재무부는 표현조차도 똑같은 해명을 해왔다. “민간이 은행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해명은 차라리 원칙론에 가깝다. 사안의 휘발성이 강한 국유화는 마지막까지 감추고 싶은 정책 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에 동요하고 있고 신뢰를 잃은 정책은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블러핑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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