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 '바보' 노무현의 못다이룬 국민통합

■ 바보, 산을 옮기다

윤태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바보, 산을 옮기다'라는 책 제목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필명으로 사용한 '노공이산(盧公移山)'에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신영복 교수와 만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신 교수가 직접 붓으로 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글을 선물 받았다. 이것을 계기로 퇴임 후 필명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우공이산'은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고사로, '우공'은 우(愚)씨 성을 가진 노인이거나, 그냥 '어리석은(愚)' 노인일 수도 있다. 평소에 '바보'라고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비슷했던 셈이다.

그러면 노 전 대통령이 옮기고 싶은 '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고질적인 지역구도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을 '산'을 옮기려는 노력에 비유했다. 저자는 윤태영씨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을 역임하며 '대통령의 필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지역구도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비정상적으로 돼 있습니다. 불신과 갈등을 부추겼던 역사를 청산합시다. 저는 이 분열에 가담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다.

이름만 비슷했을 뿐 노 전 대통령이 결국 '산'을 옮기지 못한 것을 독자들도 모두 알 듯하다. '열자'에 따르면 우공의 노력은 하느님(옥황상제)이 감동해 산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도움을 주는 존재가 없었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 관련 저작은 많았지만 저자는 이번에 그의 정치적 이상과 언행들을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기록했다. 책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정치인 노무현의 행보를 다룬 1부와 대통령 당선 이후 이야기를 다룬 2부로 나뉜다. 1부는 3당 합당 등 시련을 겪으면서 '국민통합' 화두를 자신의 정치적 과제로 설정하는 과정, 부산에서 지역주의 벽에 도전하는 정치 역정을 그렸다. 이어 2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구현하려 했는지 지근거리의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했다.

흥미로운 사실도 적지 않다. 2007년 말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로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를 염두에 뒀었다든지, 2005년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대연정' 제안은 그해 5월 2일 이해찬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실제로는 임기 초반부터 연합정부 또는 연립정부를 구상했다는 것 등이다.

책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