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의 투자담당 임원은 요즘 내년 투자계획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는데 돌연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투자금액의 7%를 법인세에서 공제 받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내년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임투세가 폐지되면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서 "투자금 집행 시기를 올해로 앞당기든지 내년 투자 자체를 줄이든지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은 비단 A기업만이 아니다. 수조원 단위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던 다른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임투세 폐지에 따라 내년 투자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항시투자세액공제로 변질됐고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성격이 짙어졌다는 것을 제도 폐지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또 이 제도에 따른 혜택을 받는 기업 수의 99%가 중소기업이지만 총 공제금액의 85%를 대기업이 가져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982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8년 중 20년간 운영됐고 특히 2001년부터 중단되지 않고 시행된 만큼 투자 결정시 반드시 고려하는 항목이 됐다고 주장한다. 갑작스러운 제도 폐지는 향후 투자 축소나 지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투자세액 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하면 다음해 설비투자가 0.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도 자체가 폐지될 경우 다음해 설비투자는 2.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공제율 7%로 가정). 이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임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8월 전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4.7%가 임투세 제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의 98.4%, 중소기업의 81.2%가 제도 유지를 희망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 투자를 통해 내년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펴야 하는 현시점에서 기업투자에 영향을 크게 주는 임투세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9월 2,000억달러 규모의 기업 설비투자 세제혜택 방안을 발표한 것과도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임투세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신설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바뀐 제도에서는 시설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도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혜택이 없어서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첨단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자와 고용의 상관관계는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 역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경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고용을 증대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고용을 늘리는) 기능보다는 사후적인 보조금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임투세 폐지를 통해 정부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속셈"이라면서 "다른 국가들은 법인세 인하와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해외 기업을 유치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같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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