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강남4구 재건축 이주집중 대책'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핵심 대안으로 내놓았던 계획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는 개포동 주공2단지가 이주를 이미 마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주택 멸실이 집중돼 있어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가 마련한 '강남4구 재건축 이주집중 대비 특별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주 시기 조정 공수표 되나=우선 시는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 시기 조정 심의 대상을 종전 2,000가구 이상에서 500가구로 확대했지만 정작 이주 시기 조정을 결정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송파구 거여2-2 재개발구역(1,499가구)에 대한 심의 역시 이주 조정 없이 통과돼 거여 2-1구역 2,048가구와 더불어 3,500가구 이상의 이주수요가 발생하게 됐다.
시는 이에 대해 노후도가 심각해 이주 조정이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의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강남구 개포주공 등 1980년대 초에 입주해 노후화된 아파트들은 수도 파이프가 터지고 녹이 스는 등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결국 노후도를 따진다면 이주 시기 조정이라는 대안이 애초에 공수표에 불과했던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주 시기를 조정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조합의 반발을 감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조합이 받는 부담을 줄여주고 공공기여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려 전세난 완화에 기여하겠다던 대책의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강남4구에 공급된 전세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은 각각 292가구, 268가구에 불과하며 사회주택·공동체주택은 마포구 서교동에 7가구를 건립 중인 게 전부다.
◇개포주공2단지 이주 완료, 하반기 대거 이주 예정=강남4구 및 인접지역의 신규 주택공급 정보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제공하겠다던 것도 오히려 시장의 빈축만 사고 있다. 2월23일 기준으로 상반기 준공 예정물량을 단순 나열해놓는 데 그쳐 현재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입주가 가능하거나 분양 중인 주택들을 추려내 대략적인 시세정보라도 알려줘야 한시가 급한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시의 헛발질과는 대조적으로 강남4구 재건축 사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가 이주를 마친 데 이어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개포시영(1,970가구)·개포주공4단지(2,840가구)·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이 줄줄이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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