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과 여당, 국회와 국민에 대한 거부"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새누리당과 재의결 의사일정 합의를 전제로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사망자와 확진자·병원 등의 지원 방안을 담은 법률에 대한 심사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문재인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정치적 신뢰'를 강조하며 거부권 정국의 대치 구도를 여야 정쟁이 아닌 청와대와 국회의 대결로 좁히겠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친박계로부터 사퇴공세를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야당이 함께 압박할 경우 재의결 절차를 밟기 위한 협상 루트가 깨질뿐더러 새누리당의 협력 없이는 재의결 정족수를 야당 단독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정연은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 간 물밑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 대표는 25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 정치이지만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이 남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박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문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은 정쟁을 피하고자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수정 중재안까지 받아드렸다"며 "여당과 야당,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정쟁을 피하자는) 같은 생각이지만 유독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정쟁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의 3자 회동 개최를 촉구하며 "대통령이 야당과 싸우자는 것뿐 아니라 국회와 싸우자는 것이고 의회민주주의와 싸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가 함께 대통령의 폭거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전국민적 경계와 공포 상태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의 예측과 달리 나라를 환란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도 "삼권분립이라는 황금률의 삼각형 한 축이 일그러져 버렸다"며 "이제 우리가 여당까지 보호해야 할 상황"이라고 여당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가장 중요한 일인 메르스 사태 수습에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했던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한 일에는 전면에 나서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촉구했다.
새정연은 이날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회 전 일정을 중단한 가운데 메르스 관련 지원법에 대해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메르스 법까지 논의하면 안 된다는 강경 의견도 나왔지만 이는 청와대와 여권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라며 "메르스 지원법은 확실히 통과시키는 것이 '발목 잡는 정당'이라고 파놓은 여권의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