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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6일] 재정부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

"필요할 경우 (미분양 매입) 추가 대응을 할 것입니다" "금리 1%포인트가 오르면 금융 비용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아십니까."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하나도 틀릴 게 없다. 그런데 정말 100% 맞기만 할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액션을 취하면 곧바로 반응한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피하주사론'으로 설명하기에 경제는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다양하다. 부동산 시장부터 짚어보자. 올해 초 윤 장관이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연장 여부를 두고 "한번 검토는 해보겠다"고 운을 띄웠을 때 재정부 관료들은 "감면혜택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연장하겠나"라며 확대해석을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안 돼 '정치 논리'를 등에 업고 미분양 양도세 감면 연장이 현실화됐을 때도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던 그들이다. 그랬던 정부가 미분양 매입 대책까지 내놓은 지 보름여 만에 추가 대책을 운운하고 있다. "미분양의 책임은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 탓"이라던 대통령의 질타는 어느새 공염불이 된 것이다. 금리 문제는 한술 더 뜬다. 가계부채가 많아서 금리를 못 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윤 장관 스스로도 불과 일주일 전 미국 워싱턴에서 "초저금리가 과잉 유동성을 낳아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인상을 못한다는 논리는 흡사 환자에게 근본적 치료나 수술 대신 모르핀이나 계속 놓겠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금리 인상을 늦추려 하는 정부를 탓하는 게 아니다. 민간 부문의 회복이 가시화된 뒤 출구전략을 펴겠다는 것은 일견 타당한 논리다. 다만 금리인상, 미분양 대책 같은 미묘한 문제를 두고 일주일 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정부의 논리에 시장 참가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어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던 윤 장관의 지난 1년을 생각한다면 최근의 오락가락 행보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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