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 미국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1936~2012)의 유작이다. 저자는 이런 신념을 실천하고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Clemente courseㆍ관용 강좌)'를 개설해 전세계에 확산시켰다.
책은 이 강좌가 등장하게 된 계기와 그것이 전세계로 확장해간 스토리다. 이에 의하면 이 강좌는 우연하고도 놀랍게 시작된다.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저자는 1995년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대화 도중 거친 말투로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차이는 인문학 교육 여부에 있다는 말을 남긴다.
이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비롯해 폭력, 굶주림, 학대 등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한다. 강좌를 단순 교양이 아닌 하버드나 예일, 옥스퍼드대학 1학년생들이 배우는 수준으로 올렸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박물관 미술관에도 갔다.
물론 그것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반체제 운동으로 지목 받기도 했다. 성과는 좋았다. 강좌 참가자 가운데 교도소로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도 생겼다.
저자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보다도 이들이 인문학 교육을 통해 '성찰'과 '자유'를 획득한 사실을 높이 꼽았다. 그리고 인문학 교육의 목적이 자신이 처한 억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용기 있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인문학의 자유다(원제 The Art of Freedom)'다.
저자의 클레멘트 코스와 유사한 강좌는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 그의 인문정신을 바탕에 두고 노숙인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이 설립됐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14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08년에는 저자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지자체들의 지원 아래 곳곳에서 프로그램이 생겼다.
다만 본래 인문학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인문(人文)'은 곧 '인본(人本)'으로 연결되지만 미국인인 저자는 이를 '자유(Freedom)'로 해석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서양식 인문적 사고와 사회변혁에의 활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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